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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침 심한 수출업계-여덟 번째의 「수출의 날」…표창업체의 면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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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0일은 제8회 「수출의 날」 이번에도 정부는 많은 수출유공자들을 선정, 포상했다.
포상자들은 반드시 수출 실적이 남보다 많아서 선발된 것은 아니다. 처음 몇 년간은 그랬지만 최근에 와서는 수출 실적 이외에 가득율·시장 다변화·새 상품개발 등 여러 분야의 공적들을 참작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번에 지난 10월말 현재 2천91만9천불의 수출실적을 올렸다는 한일합섬이 2천4백47만6천불 대성목재를 누르고 3천22만4천불의 동명목재와 나란히 수출최고상을 받은 것은 가득 율이 높기 때문이며 대한농산(1천8백78만1천불)과 국제화조(1천1백79만1천불) 등이 대성목재보다 동격이 높은 은탑 훈장을 받은 것은 신장률이 뛰어나게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최고상수상자와 「메달리스트」들은 대개 수출실적도 어지간한 업체들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포상을 받은 업체, 그 중에서도 훈격이 상위 그룹에 든 수출업체들의 면모를 보면 우리 나라 수출상품의 변천은 물론 수출 업계의 부침까지도 대충 알수가 있다.
64년의 제1회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상위 그룹 수상자의 영예를 누려온 업체는 합판의 동명목재 하나뿐이다. 제 5회 때 수출 실적 1위로 금메달을 받은 뒤로는 상훈법에 그보다 나은 훈격이 없어 6회 이후부터는 수출 최고상이라는 새로운 서훈을 창한하여 벌써 3년째 독점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수출의 대종상품이 합판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그것이 대종상품의 하나임에는 변동이 없음을 뜻한다.
그러나 동명을 빼고는 세월 따라 수상자들의 면모도 바뀌었다.
1, 2회까지는 합판이 득세하던 시대다. 삼호·삼성 등의 종합상사들이 상위 랭킹 수상자 대열에 끼긴 했지만 금액 면에서 첨차 천우사·동명·성창기업 등 합판 수출업체들과의 격차가 확대되었다.
그러던 중 66년의 제3회 때부터 군납업체가 상위 그룹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현대 건설이 천우사·동명과 함께 산업훈장을 받은 것이다.
국군의 월남 파병을 계기로 재빨리 그곳에 진출한 한진상사는 일약 상위 그룹에 부상, 67년에 역시 같은 건설 군납업체인 삼환기업과 함께 산업훈장을 받았다.
한편 이 무렵 수출 분야에서는 스웨터와 와이샤쓰 등의 섬유수출업계가 차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합판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미원 산업이 산업훈장을, 서울 통상·조광무역·이천물산 등의 섬유수출 업체들이 산업포장 수상업체로 선발됐다.
2년 뒤인 69년부터는 가발 수출업체들이 포상자 대열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여 지난 7회 때는 서울 포상을 비롯, 다나무역·천일 무역 등 가발 업체들이 메달리스트가 됐었다.
한편 이런 가운데서도 68년이래 수출 및 군납부문에서 나란히 최고상을 독점해온 동명과 한진의 아성은 한진의 탈락으로 3년만에 무너져버렸다.
월남경기의 퇴조로 금년 10월 말 현재 한진의 군납 등 해외진출실적은 지난해의 절반이 조금 넘는 1천3백54만7천불에 머물러 그간의 공로를 참작, 대통령 표창장이 수여됐을 뿐이다.
가발 업체들의 탈락 또한 특기할만한 현상이다. 그것은 가발 업체의 불황을 그대로 설명해준다. 그 대신 한일합섬을 비롯, 대한산업·대우실업·협진양행 등의 섬유류 수출업계가 대거 부상했다.
대한 농산은 「팬티·스타킹」수출업체인 대평 특수섬유의 놀라운 신장 덕분에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섬유업계의 진출은 미국 등의 수입 제한조치와 관련, 멀지않아 수출 업계 판도에 다시 변화를 가져올 것을 예상케 하고 있다. <변도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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