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추락 또 추락…증시 긴급 진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증시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종합주가지수는 200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60선까지 밀렸다. 최근 종합지수는 지난해 12월 초 730선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는 형국이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올 들어 일곱번째로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며 40선이 깨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여러 악재가 겹친 데다 거래대금 등 증시체력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어 당분간 '큰장'이 서기는 힘들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왜 떨어지나=전문가들은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의 악화▶북한 핵사태▶미국.이라크 전쟁 위기를 '3대 악재'로 꼽고 있다. 내수.수출이 나빠져 기업이 이익을 못내면 주가도 탄력을 받기 힘들 것이란 걱정에다 북한 핵.이라크 전쟁 같은 외생 변수까지 터져나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증권 오상훈 투자전략팀장은 "증시에 큰 영향을 주는 수출단가가 세계적인 수요하락의 영향으로 떨어지고 있는 게 문제"라며 "수출단가는 당분간 반등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지난해 4월 이후 계속된 약세장은 근본적으로 펀더멘털의 위축 때문"이라며 "이번 주의 주가하락은 투자자들이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투자위험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지난 4일 걸프지역에 6만명을 추가 파병키로 결정하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엔의 승인 없이 이라크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꺾였다는 것이다.

한발 물러선 투자자들=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당분간 시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거래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총거래대금 기준)은 지난 1월에 60%(43조원)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하루 평균 거래대금에서도 나타난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조5천8백33억원으로 지난해의 3조4백15억원보다 47% 가량 급감했다. 하루 평균 거래량도 같은 기간 5억9천70만주로 지난해 거래량(8억5천7백24만주)에 비해 크게 줄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대금과 거래량의 감소는 최근 하이닉스 주식 매매가 감소한 영향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증시 침체에 따른 투자심리의 위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도 하루 평균 8천7백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 줄었다.

고객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고객예탁금은 지난 3일 7조9천2백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11조원보다 27%나 감소했다.

외국인투자자들 역시 지난달 5개월 만에 순매도(6천4백60억원)로 돌아서 수급악화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투자 매력이 떨어진 현물시장 대신 주가지수선물 투자에 주력하면서 프로그램 매수.매도가 증시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망도 불투명=전문가들은 주가의 바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근 각 증권사가 예상한 종합지수의 바닥은 대략 550선이었다.

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다음주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2차 결의안 표결을 고비로 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사라질지가 주목된다"면서도 "'이라크 악재'가 사라져도 북핵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김지환 투자전략팀장은 "길게 보면 경기둔화기엔 주가가 빠지게 마련이고, 경제도 '경착륙(하드랜딩)'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부정적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단기적으로는 관망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전략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술.이가영 기자

<사진설명>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연중 최저치 560.26과 사상 최저치 39.36으로 마감되자 5일 서울 명동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투자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주식시황을 살펴보고 있다. [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