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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감동·사랑·신화를 버무리다 … 4색 뮤지컬 관객에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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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치열한 경쟁의 계절은 다름 아닌 겨울이다. 연말 뮤지컬 공연가의 이야기다. 작품만 좋다면 관객이 물밀 듯 밀려드는 소위 ‘대목’인 탓에 저마다 아끼고 숨겨둔 비상 카드를 꺼내들고 최후의 일전을 준비한다. 2013년 세밑도 예외가 없다. 올 겨울 뮤지컬 공연가의 기대작 네 편을 미리 알아본다. 물론 알고 봐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흥행 요인도 양념처럼 곁들여 소개해본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순천향대 교수)

한국 흥행 삼킨 초록마녀 … 우리말로 옷 바꿔 입어

위키드
샤롯데씨어터.
11월 22일~2014년 4월(예정)
6만~14만원.
1577-3363

2012년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은 단연 뮤지컬 ‘위키드’였다. 19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 탓에 뮤지컬 관계자들조차 원금이나 제대로 회수될까 설왕설래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4개월 남짓 거둬들인 매출은 자그마치 260억원. 대박 흥행 뮤지컬 중에서도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대 최고의 매출 기록이다.

금년 말 다시 찾아오는 무대는 우리말로 옷을 바꿔 입은 번안 공연이다. 초록마녀 글린다 역으로는 최근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옥주현이 연습과정에서 새롭게 주목받았다는 박혜나와 더불어 등장한다. 공주병 말기의 엘파바는 정선아와 김보경이 발탁됐다.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눈물이라도 쏟아낼 만큼 혹독한 연습”이라는 여배우들의 고백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위키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동용 소설이자 뮤지컬 영화 전성시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오즈의 마법사’를 반전시켜본 내용이다. 원래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이 원작인데, 시니컬하고 무거운 전개의 이야기가 무대에선 가볍고 즐거운 상업극의 매력으로 대체되어진 것이 특징이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비틀어보는 미학’이다. 춘향의 진짜 애인은 이몽룡이 아닌 방자였고, 놀부는 못된 것이 아니라 게으른 흥부의 버릇을 고쳐주려는 심지 굳은 형이라는 해석에 오히려 솔깃해지는 것처럼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역으로 그럴싸하게 재해석해낸 것이 진짜 묘미다. 약간의 정성만 더한다면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이야기 속 상상력에 탄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

오리지널팀 첫 내한 … 원어로 듣는 색다른 재미 선사

맘마미아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11월 26일~
2014년 3월 23일.
5만~15만원.
02-577-1987

대한민국 뮤지컬 관객의 저변 확대에 이만큼 큰 영향을 미친 작품도 드물다. 2000년대 초반, 뮤지컬 ‘맘마미아’는 중장년층 관객을 공연장으로 몰려 들게해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감미로운 아바의 선율은 이 작품 최고의 오락거리다. 스무곡이 넘는 뮤지컬 넘버가 모두 유럽 대중음악 챠트 10위 안에 오른 왕년의 명곡들이다. 하지만 우리말 버전과 원작과의 간극도 있다. 번안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언어의 유희’가 그렇다. 원래 뮤지컬 ‘맘마미아’의 매력은 노랫말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전혀 다른 의미의 스토리를 엮어놓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원래는 헤어진 연인의 노래였던 ‘더 네임 오브 더 게임(The name of the game)’이 무대에서는 딸일지 모를 소피가 아빠일지 모를 해리에게 부르는 ‘혈육 확인’ 장면에서 등장하고, ‘위너 테익스 잇 올(Winner takes it all)’은 미혼모 도나와 옛사랑 샘의 말싸움 장면으로 환생된다. 영미권에서는 노래가 등장할 때마다 무릎을 치거나 박수를 보내는 관객도 많다. 익숙한 노랫말의 히트곡을 그대로 활용해 유머를 더한 기발한 쓰임새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다.

 우리말로는 전달하기 힘들던 원작의 매력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라면 굳이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놓치기 아쉬울 수밖에 없다. 자막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원작의 형태를 전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맘마미아’가 9·11이라는 초특급 악재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좋은 기회가 될 듯싶다. 

사랑과 영혼?'전설이 최첨단 영상'?마술과 만나

고스트
디큐브아트센터.
11월 24일~6월(예정).
6만~13만원.
02-577-1987

우리나라 중장년층에겐 ‘사랑과 영혼’이란 제목으로 더 유명한 영화 ‘고스트’를 뮤지컬로 부활시켰다. 요즘 인기를 누리는 ‘무비컬’의 전형적인 사례다. 원작 영화는 80년대 직배 파동으로 굴곡진 한국 영화사에 어지러운 발자국을 남겼다. 수입 배급의 방식을 둘러싼 격론은 거셌지만, 정작 영화관에선 자리가 모자라 통로에 간이 의자까지 놓고 관객을 맞았다.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 우피 골드버그의 연기 조화는 안방극장 코미디에서 다양한 패러디를 무한대로 양산해낼 만큼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버전도 나름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우선 단순히 영상의 무대화에 그치질 않았다. 2차원의 평면이었던 영상이 무대라는 입체 공간에서 재정립되는 과정 자체가 이미 흥미로운 볼거리다. 달리는 지하철을 오가며 물체를 옮기는 훈련을 펼치는 모습, 마지막 숨을 거둔 후 자신의 육체를 바라보는 영혼의 모습 등이 실감나게 무대에 구현된다. 첨단의 영상 기술이 무대 위 마법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덕분이다.

 시각적 자극이 첨단의 특수효과를 빌어 실체화된다면,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의 힘은 글렌 발라드로부터 비롯된다. 에니 레녹스와 함께 ‘유리스믹스’라는 혼성 듀오로 ‘스윗 드림스’ 등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던 그는 대중의 감각을 꿰뚫는 특유의 선율로 무대 위의 ‘듣는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덕분에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도자기 만드는 장면의 언체인드 멜로디는 무대에서 글렌 발라드 스타일의 감성 넘버들로 대체됐다. 감동적인 라스트씬인 영혼과의 재회는 영화뿐 아니라 무대에서도 백미를 이룬다.

원조 아이돌 '포시즌스' 명곡이 무대로

저지보이스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2014년 1월 17일~3월 23일.
8만~14만원.
02-541-3184

주크박스 뮤지컬은 글로벌 공연가의 유행이다. 하지만 무조건 ‘맘마미아’같은 짜맞추기식 스토리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억지스런 이야기 구성은 ‘맘마미아’의 아류라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새로운 성과란 측면에선 뮤지컬 ‘저지 보이스’가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이들이 선택한 이야기 방식이 바로 다큐멘터리 기법이기 때문이다.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스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u)’ 등 히트곡으로 국내 대중에게도 친숙한 남성 그룹 ‘포시즌스(Four Seasons)’가 어떻게 만나 의기투합 했고 인기를 얻었으며 갈등을 겪다가 결국 신화로 남게 됐는가를 연대기적으로 보여준다. ‘저지 보이스’란 이들이 모두 뉴저지 출신이라는 것에서 기인된 제목이다.

 요즘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카메라 앞에서의 출연진 인터뷰 장면처럼 무대에선 관객들을 향한 독백이나 방백이 수시로 등장해 숨겨진 뒷이야기를 전한다. 덕분에 뮤지컬을 보면 유명한 히트곡들이 어떤 탄생 비사를 지니고 있는지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그룹의 대표적인 ‘목소리’ 역할을 했던 프랭키 밸리역은 시선을 집중시킨다. 날 소리가 매혹적인 특유의 창법을 모창해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투어 프로덕션 형태로 꾸며지는 이번 국내 초연에서도 어떤 소리의 배우가 등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드럼이 움직이며 공간을 창출하고 브라스 밴드가 더해져 음악적 풍성함을 완성시킨다. 예스런 TV스튜디오의 촬영 장면이나 복고풍 만화 이미지 활용도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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