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회복 생각보다 더뎌 … 양적완화 영구화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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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애초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손성원(사진)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5일(현지시간) “미국 경기회복은 생각보다 훨씬 더딘 반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약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부양적 양적완화 정책이 ‘영구화(permanent)’할 수 있다”고 말했다. Fed가 월 850억 달러씩 시중에 돈을 풀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을 수년 내로는 중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양적완화 정책이 오래 이어지면 0%에 가까운 초저금리 기조도 유지될 공산이 크다. 그는 이날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설명했다.

 손 교수는 “미국 경제가 기초체력은 괜찮은 편이지만 정치적인 악재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엔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에 여야 어느 쪽이든 셧다운(연방정부 일시 폐쇄)이나 국가 부도 위기로까지 몰아가진 않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앞으론 야당이 이듬해 예산안과 정부 부채 한도 증액을 단기로만 허용해 셧다운이나 국가 부도 위기가 일상화할 위험이 크다는 게 그의 예상이다.

 에릭 로젠버그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장도 이날 CNBC와의 회견에서 “저금리 기조가 2016년까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순회 위원인 그는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그 강도가 미약하다”며 “이 때문에 2016년까진 금리를 올릴 여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기 금리를 인상하려면 적어도 성장률이 3% 혹은 그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Fed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가 예상보다 미뤄진다면, 한국은행도 통화정책 방향을 바꿔 오히려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3.5~4%로 보는 전망이 많으나 현재 여건상 3%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회복을 가로막을 요인이 촉진시킬 요인보다 더 크다”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박근혜정부는 복지 지출을 늘리겠다고 공표해 재정정책을 펼 운신의 폭이 좁은 만큼 한은이 유연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도 인플레이션 우려는 크지 않다”며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만 해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한국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 서민층과 중소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줄어주는 한편 원화가치 절상 압력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그동안 Fed의 연내 양적완화 정책 축소를 기정사실로 보고 금리 인상에 대비해 왔다. 그러나 손 교수는 Fed는 물론 일본 중앙은행도 양적완화 정책을 줄이지 않기로 한 이상 한은도 금리 추가 인하 등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관련,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창조경제에 초점을 맞추다가 전자·조선 등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력 산업을 등한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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