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새로와지는 유학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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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사회와 실천도덕」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19일 성균관 명륜당에서 열렸다. 공자 탄생 2522년을 기념하는 추계역전에 이어 열린 이 토론회에서는 새 시대의 사회윤리 확립과 사회정화를 위해서 유교가 새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주장되었다.
고루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의 소산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동양의 공자사상이 실제에 있어서는 가장 현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인식은 최근 다시 강조되는 것 같다.
그 공자사상이 도덕적인 퇴폐기로 평가되는 현대의 우리사회에 어떻게 새로운 정화작용의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심의 촛점인 것이다.
이가원 교수(연세대·국문학)는 「실학파의 정신과 현대사회」를 논하면서 유학이 원래 실학임을 강조했다.

<정덕·이용후생이 근본>
이조 영·정 시대에 나타난 실학파는 이조 전기를 풍미한 성리학의 폐단을 개혁하기 위해 나온 것이며 정덕과 이용후생을 근본으로 하고있다. 「시경」이 꽃을 노래하지 않고 열매를 말하듯이 「실」은 유학의 시초부터 중심이 돼왔다는 것이다.
물질과 정신, 그 표리의 알찬 성장이 국가·사회를 발전시킨다고 본다면 겉으로 나타난 눈부신 건설도 그 실의 발전이 없기 때문에 부정과 부패와 도덕적 퇴폐를 몰고 오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지도속 수신이 앞서야>
이 교수는 어느 시대에나 부정과 부패와 퇴폐가 있기 마련이지만, 오늘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설명, 지도층이 민생문제를 논하면서 스스로 수신을 못한 때문에 시정의 방향이 막연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민족사에 있어서 제일 큰 수난기요, 혼란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가 이 시대에 태어나 여기에 직면하게 된 것을 행운으로써 파악, 반성과 자기확충을 통해 극복하는 실천궁행의 정신을 길러야겠다는 것이다.
유승국 교수(성균관대·유학)도 「실생활과 실천윤리」를 말하면서 삼강오륜식 전통적 상하질서와 서구의 민주주의적 평등윤리가 갈등을 일으키는 오늘날 나의 현실적인 생활의 지침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 현실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산업가를 경시하고 사물을 경시한 유학의 폐해 때문에 오늘의 빈곤이 생겼다는 사고는 유학의 근본을 그릇친 후기 유학자의 잘못일 뿐이지 유교 철학의 근원에 이르러보면 유학은 이성의 자율성을 크게 강조한 보편원리의 기초자라는 것.
맹자가 사람의 공통된 바는 의와 이로 보았을 때, 인간의 근본을 강조한 그의 주장에는 인간 주체성에 대한 강조가 깃들이고 있다는 것.

<군신유의의 「의」는 중요>
먼저 이 주제에 대한 정당한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개발이니 발전이니 하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불쾌한 것은 빈곤을 보았을 때가 아니라 비리·불의를 보았을 때인 것은 이와 의가 인간의 공통된 근본정신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강오륜의 「군신유의」마저도 오늘날에 부적합한 것이 아니라 「의」에 그 강조점이 있기 때문에 살려야 할 정신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또 유학이 강조하는 「인」은 인간의 협동과 신뢰를 표상하는 것이며, 그 때문에 이것은 현대에도 가장 바람직한 「모럴」이라는 것.
공자의 위대성은 바로 이 「인」을 외친 데 있으며, 귀족만능의 정치체제 속에서 계급성을 타파하고 「인」이란 인간 본성의 가치를 평등의 원리로서 내 세운데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이 아니냐는 것이다.
비록 현대에 와서 제도면에서 변할 수 있지만 정신의 근저, 동방의 전통적 미덕은 정신면에서 계승되어야겠다는 것이다.

<가정회복 세계적 과제>
오종식씨(대한공론 사장)는 더 나아가 한비자 등 법가가 활동하던 시대에 덕치를 내세운 공자의 뜻은 이 시대의 복잡한 국제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학에서 가정을 제1집단·애정집단으로 보는데 대해 그는 인륜집단으로 해석, 관념이 아니라 실제에 있어 오륜은 인륜체의 질서규정을 하고있다고 강조했다. 「가정의 회복」이 20세기의 세계적 과제가 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가정을 인륜체로서 전개한 동방의 가족제도도 실상 가장 진보적인 요소를 갖고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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