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여성」을 더 못 믿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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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여성해방운동이 점차 정치적인 실력행사로 형태를 바꿔 가는 요즘 「갤럽」을 비롯한 「해리스」 「로퍼」 「NORC」 「MINN」, 그리고 「SRC-MICHIGAN」과 같은 권위 있는 여론기관의 조사결과는 여성을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지 위에 선출하는데는 남성보다 오히려 여성이 인색할 것이라는 전망을 갖게 한다.
이들 여론 조사소가 지난 1937년부터 70년까지 무려 30여년 동안 조사해 온 통계를 종합 분석한 「헤이즐·어스킨」(「퍼블릭·오피니언·쿼털리」지의 여론조사담당 편집자)은 『비록 현재와 같은 형태의 여성 해방운동에 대해 찬반을 물은 질문은 없었으나 그밖의 질문에 답한 것으로 볼 때 여성운동이 광범하게 퍼질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 했다』고 「퍼블릭·오피니언·쿼털리」 여름호에 실린 논문 『여성의 역할』에서 말하고 있다.
「어스킨」이 지적한 대로 미국 여성들은 여자대통령을 선출하는데 남성보다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1937년에는 여성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남자는 27%, 여자는 40%였다. 이런 추세는 1947년에 약간 변화가 있었을 뿐 50년대에 들어와서는 남성의 47%, 그리고 여성의 57%가 자격 있는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겠다고 답했는데 이때가 여성의 찬성이 가장 많았던 시기였다.
50년대까지의 추세는 60년대에 들어오면서 뒤바뀌어 63년 조사에는 남성의 58%, 여성의 51%가 여자대통령 선출에 찬성했고 69년에는 남자 58%, 여자 49%로 나타났다.
결국 1937년부터 비교하면 남성의 태도는 27%에서 58%의 찬성으로 놀랍게 변천했으나 여성의 태도는 30년 동안 불과 9%밖에 변하지 않았다.
그 밖의 질문의 답변을 보더라도 여성해방운동의 뜨거운 열기와는 달리 대부분의 여성들이 남성보다 별로 높지 않은 비율로밖에 여성에 대해 긍정적일 뿐이다.
예를 들면 70년도 「갤럽」조사에는 여성을 의회로 보내는데 찬성하는가를 질문한 결과 남성이 83%, 여성이 84% 찬성했고 반대는 13%로 같게 나타났다.
이것은 같은 문제를 조사했던 46년의 「로퍼」조사결과와 비교할 때 전체적인 찬성비율은 높아졌으나 남녀의 찬성을 비교하면 차이는 별로 변함이 없다.
「갤럽」의 52년과 69년 조사를 비교하면 연방정부와 의희에 더 많은 여성이 진출하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가에 대해 52년에는 남자의 51%가 부정부패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원활한 행정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52년과 69년에 각기 31%와 20%만이 긍정적인 답을 해 여성능력을 의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여자의 경우에도 52년에는 47%가 여성의 공직능력을 인정했으나 69년에는 24%로 떨어져 버렸다.
여성이 스스로의 능력을 남성보다는 약간 높게 평가하고 있으나 시대별로 볼 때는 앞에서 나타난 대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또 46년의 「갤럽」조사에서는 남녀 전체의 54%가 여자의 생활이 남자보다 어렵다고 찬성했으나 50년에는 43%로 떨어졌고 70년도의 조사에서는 여성자신까지 포함해서 48%가 오늘날 미국에서 여성이 남자보다 더 편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의 태도를 간단히 집약할 수 있는 것으로 주어진 『다시 태어나면 남자가 되고 싶은가, 여성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의 답을 보면 46년의 「로퍼」조사에는 여자의 25%가 남자로 태어나기를 원했고, 65년과 70년에 이르기까지 16%가 남성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여성해방운동이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 「어스킨」은 『아직도 전반적으로 볼때 여성들은 남성세계에서의 그들의 역할에 무감각하며 또 관심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퍼블릭·오피니언·쿼털리 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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