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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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때와 집단을 따라 유행어는 바뀌어간다.따라서 한 유행어는 그 집단의 어느 한 시기의 생리와 희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 된다.
우리네의 요새 유행어는 몇 해전부터 「힘」과 「지성」이다. 이게 사람들이 제일 잘 쓰는 말들이다.
물론 「힘」이란 말이 연상시키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어떤 사람에겐 주먹을 연상시키고, 어떤 사람에겐 지성의 힘을 연상시킨다. 권리의 힘을 연상하는 정치학자도 있을거요, 다수결을 연상하는 정치인도 있을게다.금력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같은 말도 이처럼 사람의 교육정도·성격, 또는 성향에 따라 다른「뉘앙스」를 갖게 된다.
유행어의 경우에는 그 말이 연상시켜주는 것은 거의 같아진다.「힘」이란 말에서 요새 우리가 제일 먼저 연상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것은 왜 「힘」이 유행어가 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지성」이란 유행어도 마찬가지다.『이 지성의 불이 꺼지는 날, 그것은 독재의 밤이다.그러기에 우리는 지성을 그 일절의 의무와 일절의 권리와 더불어 유지해야만 한다. …지성은 늘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남이 말할때 여기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궤계에도,권력에도,겁유에도 지지 않기를바란다.』
「카뮈」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이런 뜻의 지성을 우리는 연상하지 못한다. 오히려 「힘」과 대조되는 허약한 것으로서의 「지성」만이 연상될 뿐이다.
지성에서 대학교수를 연상하는 것도 옛 일로 되어가고 있다.3년전에 일본의 대학생들에 대한 여론조사가 있었다. 이때 「대학교수」에서 존경의 「이미지」를 연상한 학생들은 여전히 과반수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토킹·(라이팅)머쉰」,무기력,「탤런트」등의 실망「이미지」도 이를 육박하고 있았다.위선자·관료주의·사이비학자등의 반발「이미지」도 적지 않았다.
만일에 우리나라에서 같은 종류의 여론조사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지? 빤한 얘기인 것같다.그러나 문제는,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겠느냐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
서구에서는 『우리 지성인은...」하는 말을 거의 듣지 못한다.우리나라에서는 「쇼」무대위에서도 말이 곧 잘 튀어나온다.
서울대 문리대교수들의 움직임이 차차 퍼져 나가고있다.이들이 요구하는 처우개선도 실현이 어려운 형편인 모양이다. 그러나 처우개선이 된다고 그것만으로 「카퓌」가 뜻하는 지성이 지켜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그런 지성을 반기는 사람도 우리 주변에는 그리 많지는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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