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2명 다방점거 인질난동|어젯밤영등포서 영월서 상경「카빈」난사 3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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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7일 밤 10시50분쯤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2 제일 라사 2층 대 호 다방(주인 박동근·42)에서 김 모(16·강원도 영월군수·주면 운학리3반), 박 모(17·동)등 10대2명이 종업원·손님 등 8명을 인질로 잡아놓고 각각 갖고 있던「카빈」을 90여 발 난사, 출동한 영등포경찰서 중앙파출소소속 정윤종 순경(41)과 행인 김봉주씨(29·영등포구 신길동337)등 2명을 쏴 죽이고 3시간동안 난동을 부리다 18일 상오 1시45분쯤 인질로 잡혔던 손님 유정복씨(27·영등포구 신도림동604)등 3명에게 격투 끝에 붙잡혔다. 범인 김과 박은 둘 다 강원도농민의 아들로『생활이 어려운 데다 부모로부터 일을 안 한다고 날마다 꾸지람을 듣는데 울 적,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보고 싶어 마을 예비군 무기고에서「카빈」2자루와 실탄을 훔쳐 이 같은 범행을 하게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남은 실탄 1백18발과 단도1자루를 압수하고 이들을 살인·감금·특수절도·총포화약류 단속법 위반으로 긴급 구속했다.

<둘 다 농사에 싫증 서울서 한번 털자>

<범인주변>
범인 김과 박은 둘 다 화전을 부치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
김은 4남매 중 막내로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봉 덕 국민 교를 졸업, 4년 전 화전민 1백여 호가 모여 사는 지금의 운학리로 이사했다.
화전은 2만평을 경작하는데 콩 16섬·옥수수 20섬을 거두는 빈한한 집안.
김은 맏형이 최근 첩을 얻어 나가버린 뒤 아버지는 공부도 시켜주지 않은 자기에게만 화풀이를 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박은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간 후 편모 슬하에 5남매 중 맏이로 4년 전 운 학 국민 교를 나와 어머니와 함께 화전 2천5백 평을 경작해왔다. 소출은 옥수수 14섬, 콩 2섬 정도.
박은 김으로부터 몇 달 전부터 서울가면 지하실에 보물이 많으니 총을 훔쳐 털자는 꾐을 받아왔다고 밝히고, 이번에도 부잣집을 털거나 취직을 시켜 주겠다고 꾀어 따라 나섰다고 말했다.

<「복서」출신경관>

<희생자 주변>
순직한 정윤종 순경은 6·25때 19살로 경찰에 투신, 지리산공비토벌에 참가했으며 한때 경무대 사찰 계에 근무했다.
60년 경찰을 그만두고 육군 군 속으로 종사하면서「페더」급 전국대회에서 우승,「마닐라」까지 원정을 하기도 한「복서」이다. 68년 5월에 경찰에 다시 특채되어 줄곧 영등포경찰서에 근무해왔다.
부인 이정우씨(38) 와 12년 전 결혼했으나 자식이 없어 낚시가 유일한 취미.
4천 원 짜리 사글세방에서 살다가 한달 전 적금을 타서 15만원 짜리 전세방을 얻어 살아왔다. 한편 숨진 행인 김봉주씨는 용산구 서계동 동국자동차 경비주임으로 있는데 이날 밤길에서 구경하다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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