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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서 손실 줄이려면 고정관념 버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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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근 약세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증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떨쳐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증시가 탄력을 받을 때는 상승종목이 많은 만큼 꼼꼼하고 정교한 투자전략이 없어도 수익을 내기가 쉽다. 그러나 요즘처럼 종합주가지수가 한달간 570~600선에 갇힌 약세장에선 남과 다른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라크 함정'에서 벗어나라=최근 일부 증권사들은 이라크 전쟁 개시 여부가 3월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며, 유가안정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 둔화로 주가가 점차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1년 초 걸프전 발발 이후 미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3개월간 19% 올랐고, 국내 증시의 흐름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걸프전 당시엔 미국 경제가 4%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일본.유럽 등의 성장률도 좋았다"며 "지금은 경기회복 시점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걸프전 이후와 같은 달콤한 시간이 이라크 전쟁 후 찾아올 것으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쟁 발발 이후의 증시상황을 예단, 주식을 무턱대고 사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저평가'논리에 매몰되지 말라='국내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주장의 이면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등 국내 기업들의 내실이 좋은데도 다른 나라의 경쟁기업에 비해 주가가 싸고, 따라서 앞으로 주식이 제값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주식의 가치는 보통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로 측정된다. PER가 10이면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주식이 10배 비싸게 팔린다는 뜻이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평균 PER는 8.8에 불과해 경쟁국인 대만증시(23)의 3분의1에 그쳤다. 이에따라 외국인투자자들이 제대로 한국증시를 평가하면 앞으로 주가가 오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증시가 오히려 고평가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한동욱 연구원은 "기업들의 미래수익성 전망치가 둔화한 게 증시 하락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가 최근 1년 뒤의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전망치를 비교한 결과, 한국증시(-2.3%)의 하락률이 세계증시(-0.1%).신흥시장(-1.0%)보다 높았다.

◇'하반기 경기 회복론'을 경계하라=하반기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우량주를 사두라는 얘기가 증시 주변에 많았다. 그러나 이는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 이덕청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선행지수.가산금리.교역조건 등이 지난해 4월을 전후해 일제히 하락 추세로 반전했다"며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일러도 내년 상반기에나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 부동자금 유입설'도 맹점있다=일부 분석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과 저금리 기조로 부동자금이 증시에 들어올 것이란 예상도 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 자금은 증시에 들어오는 돈과 성격이 다르고, 기업수익성 등 증시 주변의 기초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부동산값이 안정돼도 증시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은 낮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땐 채권투자가 좋다는 인식도 널리 퍼졌지만, 금리가 높을 때(채권값이 쌀 때) 사서 금리가 낮을 때(채권값이 비쌀 때) 팔아 차익을 올리기는 오히려 어려워졌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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