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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이웃집] 작가 이상의 집 앞에 문학청년이 낸 디저트 카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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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광화문에서 직장 생활을 한 박준우씨는 올 봄 오 쁘띠 베르를 열기 전부터 서촌과 삼청동·부암동·인사동으로 산책을 다녔다. 지인들이 많아 익숙한 동네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오묘한 분위기는 그가 생각하는 서촌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러나 정작 단골집은 드물었다. 유명한 맛집은 대부분 오래된 곳일 뿐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오 쁘띠 베르를 연 후에야 주변 맛집을 하나씩 알게 됐다. 일하다 편하게 들르는 돈가스 전문점부터 스트레스 받을 때 혼자 조용히 찾는 카페와 와인바까지 그의 단골집 5곳을 소개한다.

‘서울 깍쟁이, 온실 속의 잡초, 이런저런 글 쓰고 이제는 이런저런 요리도…(중략)…마셰코1 그러나 셰프 아님.’

 서촌의 디저트 카페 오 쁘띠 베르(작은 유리잔)의 오너 셰프 박준우(31)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자신을 소개한 문구다. 요리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마스터 셰프 코리아(마셰코) 시즌1 준우승자이며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셰프가 아니라고 규정 짓다니. 그러나 그는 평소에도 자신이 셰프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자기부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는 “마셰프 경연 때 10년, 15년 동안 요리만 한 사람이 즐비했지만 나는 고작 3개월 동안 방송 출연하며 요리한 게 전부”라며 “셰프로 불리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게다가 칼을 사용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나. 겸손일까. 랍스터나 오징어 같은 생물을 손질하는 걸 싫어하고 뜨거운 불 앞에 서는 일도 힘들다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마셰코 출연 전 요리는 박씨에게 취미였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만든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게 더 좋았다. 그보다 더 하고 싶은 건 글쓰기였다.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요리 상식을 알려주는 게 즐거웠다. 그래서 식음료 관련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는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원래 원했던 건 순수문학이다. 고3 때인 2001년 주재원으로 발령 난 아버지를 따라 간 벨기에에서 브뤼셀 자유대학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현대문학과 언어를 전공하며 꾸준히 시를 썼다. 그러다 20대 후반 요리 관련 글쓰기로 바꿨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세상과의 타협이었다. “팔 수 있는 글을 고민하다 음식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요리를 ‘쓰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있는 요리학교를 다니며 요리·제과·제빵·와인 강의를 들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론 위주 수업이었다. 그는 “요리를 글 쓰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이론 수업으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가 2011년 한국에 돌아온 건 결국 한글로 글을 쓰려면 한국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프리랜서 요리 기자로는 월 100만원 벌기도 어려웠다. 그곳에 정착한 부모님은 벨기에로 돌아오라고 계속 권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겠다 마음먹을 즈음 지인의 권유로 우연히 출연하게 된 마셰코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끈기가 없어 끝까지 제대로 해낸 일이 없었다”며 “마셰코가 내 인생 처음으로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일”이라고 말했다. 준우승을 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도전한 것만으로도 스스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그는 “아마추어 요리 대결인 줄 알았는데 대부분 프로였다”며 “금방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독특한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초반 꼴찌 전담에서 나중에는 1등을 세 번이나 했다.

 준우승 후 1년 동안 그는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강연하며 바쁘게 지냈다. 그러다 올봄 유럽 느낌 물씬 나는 디저트 카페를 냈다. 레스토랑을 열 만큼 여유가 있는 게 아닌 데다 요리보다 타르트에 더 자신이 있어서란다. 그런데 왜 서촌일까. 홍대나 가로수길도 있는데. 그는 “돈이 없어서”라고 말했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오 쁘띠 베르 앞에 있는 『오감도』의 작가 이상이 살던 집 때문이다. 그는 “문학을 꿈꾸던 내게 하루 종일 이상의 숨결이 묻어있는 집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지금 공사 중이라 기와만 보이지만 테라스에 앉아 기와만 바라봐도 행복하단다. 그는 “서촌은 근세·근대·현대가 섞여 있는 지역”이라며 “나처럼 유럽에서 살다 온 젊은이가 낸 아틀리에, 꽃가게, 선술집부터 1970~80년대 지어진 빌라, 이상 가옥처럼 오래된 한옥까지 적어도 세 시대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셰프의 집

① 오 쁘띠 베르

유럽 분위기 물씬 나는 디저트 카페다. 레몬·초코·과일 등 6종류의 타르트와 함께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촘촘한 거름망에 원두를 넣어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로 진하게 내린 커피와 벨기에산 차를 마실 수 있다. 과일 타르트는 제철 과일을 이용하는데 요즘은 신맛과 단맛이 있는 홍옥으로 만든 애플 타르트를 판매한다. 주말에는 머랭케이크(8000원)를 판다. 차를 주문하면 박준우씨가 직접 벨기에에서 가져온 녹차·홍차·백차·청차 4종류의 찻잎 샘플을 준다. 향을 맡은 후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요즘처럼 날씨 좋은 날에는 테라스에 앉아 이상 가옥을 바라보며 차 한 잔에 타르트를 곁들일 수 있다. 낮에도 편하게 맥주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유럽 카페처럼 벨기에 맥주와 프랑스 와인도 판매한다.

대표 메뉴: 레몬타르트·과일타르트(각 7000원), 초코타르트(7500원)
주소: 종로구 체부동 19 1층(이상 가옥 건너편)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1시(월요일 휴무)
좌석수: 16석(룸 없음)
주차 여부: 불가
전화번호: 070-8231-2199

② 돈가쓰 살롱

대표 메뉴: 등심까스(7000원), 콤비까스(8000원)

추천 이유: 경양식 옛날 돈가스를 파는 식당이다. 특히 여자들이 좋아한다. 사장이 직접 손질한 지리산 흑돼지를 바삭하게 튀겨낸 맛이 일품이다. 등심과 안심 둘 다 먹을 수 있는 콤비까스를 추천한다. 우리 카페(오 쁘띠 베르) 건너편에 있어 창 밖으로 이 집 손님을 볼 수 있는데 아이를 데리고 함께 식사하는 가족 모습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창가 쪽에 1인석이 있어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다.

주소: 종로구 통인동 153-1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평일은 3~5시까지 쉼, 주말·공휴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좌석수: 29석(룸 없음)
주차 여부: 불가
전화번호: 02-722-8112

③ 맥주맛나

대표 메뉴: 노가리(1000원), 통닭(1만원), 생맥주(500cc, 3000원)

추천 이유: 카페 바로 옆에 있는 서촌 토박이가 운영하는 생맥주집. 혼자 가서 가볍게 한잔 하거나 친구들과 노가리와 통닭을 안주 삼아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동네 술집이다. 특히 가격이 저렴해 부담이 없다.

주소:종로구 체부동 18-9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후 4시~오전 2시(연중무휴)
좌석수: 42석(룸 없음)
주차 여부: 불가
전화번호: 02-739-4866

④ 도성

대표 메뉴: 도성특짬뽕(1만3000원), 찹쌀탕수육(소 2만원, 중 2만5000원)

추천 이유: 서촌엔 워낙 오래되고 유명한 중국집이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점심·저녁에 밥 먹으러 가기도 하지만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 쪽방을 잡아놓고 요리 한 접시에 천진고량주 앞에 두고 기분을 풀고 나오기도 한다. “자장면 한 그릇 먹더라도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먹으면 좋겠다”는 사장 생각대로 좌석 모두 별도 룸으로 돼 있다.

주소: 종로구 체부동 20번지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30분
좌석수: 70석(룸 8개)
주차 여부: 매장 왼쪽 이용(1대), 맞은편 주차장(1시간 지원)
전화번호: 02-738-8885

⑤ 브래드앤와인(BREAD&WNE)

대표 메뉴: 와인 1잔(150㎖, 1만~1만8000원)

추천 이유: 경복궁역 7번 출구 쪽에 있는 와인바다. 광화문 직장인에겐 유명한 곳으로 와인을 잔으로 판매해 한 번에 여러 종류 와인을 맛 볼 수 있다. 24종의 와인을 잔으로 팔지만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보관 기계가 있어 맛을 잘 유지한다. 잔의 병 환산 가격이 같아 잔으로 마셔도 손해가 아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엔 코스와 단품 메뉴도 있다.

주소: 종로구 필운동 297-2 1~3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1시~오전 1시(일요일 휴무)
좌석수: 80석(룸 없음)
주차 여부: 매장 옆 3대(무료)
전화번호: 02-722-9463

⑥ 카페46(CAFE46)

대표 메뉴: 핸드드립 커피(5500~7000원)

추천 이유: 내겐 은신처 같은 곳이다. 공개하면 사람이 몰릴까 한참 고민했다. 상대적으로 외진 데 있어 사람이 많지 않아 스트레스 받고 사람에게 치인다 느낄 때 찾는다. 사장이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고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스페셜티 전문점으로 커피 종류가 다양하다.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와 내린 더치커피도 판매한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엔 커피클래스(참가비 1만5000원)를 연다. 커피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주소: 종로구 내수동 95번지 파크팰리스 116호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1시(일요일 휴무)
좌석수: 30석(룸 없음)
주차 여부: 상가 지하주차장 이용(3시간 무료)
전화번호: 070-4118-5908

왼쪽 QR코드를 찍으면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글=송정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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