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 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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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잠방이는 올이 굵지만
그 올은 눈치를 볼줄 모르고
그냥 아무데고 뛰어들줄 밖에 모른다.
아, 머시키와 거시키의 한여름의 꿈을 아는가.
얼기설기 얽은 그물을 던지면
그물 칸칸이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발라서 올라오는 물
이 순시의 물넘어 그물넘어
금가락지도 은수저도 없는
머시키와 거시키들은
무엇보다도 햇빛이 편을 들어주어
서늘한 은비늘 금비늘을 길어 올리는
한여름의 꿈, 그것을 아는가.
소나기 지나간 다음
무지개의 궁전을
한바탕 북새통 다음에도
이들은 희한하게 손으로 지어올려
염제가 그아래 까마득히 꿇어옆드렸나니,
된장을 풀고 더위를 푸는
한여름의 꿈, 천엽맛을 아는가. [그림 문학진 시 박재삼] <제자 김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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