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은 누구나 학이 되었다.
흰 날개를 피고 정자로 모여들었다.
산자수명한 어느 봉우리 늙은 소나무 그늘에서 바둑을 두었다.
신선이 살아 있을 때의 일이었다.
지금도 정자는 있었다.
유성에서 동학시로 가는 길목에도 그것은 덩그렇게 서 있었다.
동학시가 이름 뿐이요, 학이 없는 것처럼 정자에는 학도, 노인도 없었다.
빈 다락 사이로 바람과 달이 풍월을 읊고 퇴락한 추녀 끝에 계룡산이 웅크리고 있었다.
지금도 우리는 학이 되기를 갈망한다.
늙으면 겨드랑 사이로 흰 날개가 돋아나 정자로 날아갈려고 꿈을 꾼다.
썩은 신선 지팡이를 짚고, 썩은 지팡이 같은 생활을 짚고, 무주공산의, 청풍명월의 피릿소리에 귀를 모은다.
하지만, 정자정자는 징자정, 바람풍자는 바람풍. 우리들의 겨드랑에서 날개가 돋아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