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여름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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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마다 피서를 생각하나 한번도 실천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려서 보호자가 많이 필요하고 피서지까지 가는 도중은 물론, 거기 가서 방을 몇 개씩 쓸 수 있는 형편은 안되니까 집 위에 좋은 데가 더 있으랴하고 생각하고 금년에도 집에 머물기로 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태양을 마음껏 못 쬐게 되고 물 구경도 못하게 되었다.
큰 자배기 넷이 아침부터 물을 부어두면 오후 두시쯤은 알맞게 뜨뜻해져서 점심 후는 아이들이 한 자배기에 한사람씩 들어가서 논다. 훈련시키느라고 맨발로 마당을 몇 바퀴 뛰게도 한다. 물론 전라로.
아이들은 운동이 심하기 때문에 시원한 옥내에서도 줄곧 땀을 홀린다. 옷을 입힐 수가 없다. 나체주의는 아니지만 여름은 언제나 「커튼」으로 만들어진 「팬티」하나다. 아침 저녁 선선하게되면 역시 「커튼」으로 된 「블라우스」정도. 외출할 때만은 마지의 소매 없는 것을 입히나 외출도 거의 않기 때문에 여름 내내 「팬티」 하나인 셈.
나도 올 여름에는 짧은 바지에 목자 「블라우스」를 입으니까 시끄러운 「에어컨」도 필요없다.
우리 집 여름 옷은 값싸고 위생적이고 활동적이고 꾸밈이 없다. 나는 더울 때는 시원하게, 추울 때는 따뜻하게 보이는 것이 의상의 미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들 아빠는 복중에도 긴 바지에 남방을 착용, 섭씨 28도의 방안에서도 왈 덥지않다고 한다. [한말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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