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공 미리 막은 티우 독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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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월3일의 월남대통령선거는 「구엔·카오·키」현 부통령의 입후보등록이 4일 좌절됨으로써 「티우」 대통령의 일방적 독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월남대법원은 4일 잠정적으로 접수했던 「키」의 입후보등록이 법정요건인 1백명 이상의 지방의원 추천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각시켰는데 이로써 「티우」 대통령과 「두옹·반·민」 장군 두 사람간의 양자대결로 압축됐다.
「키」부통령이 입후보추천을 받은 1백2명의 지방의원 중 38명이 이미 「티우」대통령의 등록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실격된 것.
「티우」대통령은 「키」의 등록을 봉쇄할 목적으로 1백35명 중 1백4명의 상·하원의원추천을 받고도 4백92명의 지방의원추천을 별도로 받아 접수시켰기 때문에 「키」로서는 손을 쓸 여지조차 남지 않았었다.
다행히 「민」장군이 상원의원 17, 하원의원 27명의 추천을 받아 가까스로 법정요건인 40명을 넘겨 「1인 후보」의 불행한 사태는 막았다.
따라서 삼파전이 예상되던 선거는 「티우」 「민」의 양자대결로 압축됐지만 미국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월남선거에 대한 미국의 기본입장은 『「티우」가 당선되는 선』에서 공명선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데 후보등록문제부터 강다짐선거(?)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후보좌절』사태가 빚어졌으니 국내외의 반발에 답변할 구실조차 없어지게 된 셈이다.
그러나 「민」장군이 언제 어떤 구실로 사퇴를 할지 모르는 실정이기 때문에 「키」의 등록실패는 공정선거 「이미지」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키」의 등록이 거의 불가능하게 보이던 지난 3일 「엘즈워드·벙커」 주월미대사가 「민」장군을 방문하여 『출마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한 사실 하나만 봐도 미국이 얼마나 이 문제로 고심하고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있다. 또 「키」의 입후보 실패로 군부 내 「키」지지세력의 향배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공명선거가 안되면 군부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은연중 경고해왔다. 게다가 「민」이 사퇴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걷잡을 수 없는 곤경에 처해질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미국은 「티우」에게 공명선거를 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 예상되며 「민」의 『일거수 일투족』만이 월남선거의 최대 관심사로 남게된 셈이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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