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회의…7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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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법권 수호를 선언한 2일의 대법원 판사 회의에 이어 3일 긴급 소집된 제2차 대법원 판사회의는 대법원장실을 드나드는 노 법관들이 심각한 표정과 숙연한 자세를 보였고 「타이프라이터」가 동원되었다.
이날 상오 10시40분에 시작, 하오 5시30분까지 무려 7시간이나 계속된 회의는 전날에 이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마라톤」회의. 이날 회의는 이름이 있는 정식회의는 아니었으나 박 대통령과 민복기 대법원장의 면담이 어렵다는 소문이 법원 주위에 퍼진 뒤 소집됐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각급 판사들과 보도진의 관심을 끌었다.
하오 1시20분쯤 이병호 차장은 『이번 사법 파동에 대해 여러 각도로 수습책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히고 『사법권 독립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자체에서 이루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귀띔을 해주기도.
하오 2시50분 대법원장 집무실 안에서 「벨」이 울리고 여직원이 3일자 석간지들을 갖고 들어가 대법원 판사들이 이 사건에 대한 보도에 신경을 쓰고있다는 것을 추측케 했다.
하오 3시쯤 민 대법원장이 웃옷을 벗은 채 화장실에 가러 나왔다가 모여 있는 기자들을 보고 오늘은 정식회의가 아니고 좌담 이였다 여러분에게 할말이 없다고 웃음을 띠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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