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연한 결의…정상 근무|사법 파동 8일째의 법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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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법 파동 8일째로 접어든 사법부는 숙연한 결의와 주시가 무겁게 깔렸다. 민복기 대법원장이 이른바 「비장한 결의」아래 『모든 책임을 지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대법원 판사 회의를 통해 자체수습을 결의했다고 전해지자 서울 민·형사 지법의 하급심 법원 판사들은 『며칠간 동요하지 말고 사태추이를 주시하자』고 결의, 4일 상오부터 굳은 표정으로 나와 정상근무에 들어갔으나 여전히 일손은 잡히지 않는 듯했다. 서울 민·형사 지법판사들은 이날 아침9시 정상 출근 ,잠시 기록 검토 등 집무에 임했으나 곧3, 4명씩 모여『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행정부 쪽에서 사실상 면담을 거절한 것이 아니냐』면서 수근거렸다.
민복기 대법원장은 4일 상오에도 서울 민사지법 박승호 수석부장 판사 유태흥 서울형사지법 수석 부장 판사 서울 가정 법원 전재원 수석 부장 판사 등 3수석 부장 판사를 불러 3일에 있었던 대법원 판사 회의 결의 내용을 재 강조, 『이번 사태는 내가 책임을 지고 수습하겠으니 이에 지장이 없도록 법관들이 자숙해달라』고 당부했다.
민 대법원장은 이날 상오 10시20분부터 11시까지 대법원 회의실에서 있은 이 모임에서 당초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발단, 집단 사표를 제출하게된 경위 등을 당사자들인 하급심 법원 판사 대표들로부터 직접 들어 확인했으며 법관들이 지적한 검찰에 의한 사법권 침해 사례 7개 항목에 대해 논의했다.
민 대법원장을 만나고 나온 3명의 수석 부장 판사들은 『민 대법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법권독립보장을 받겠으며 이 같은 보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언질을 받았으며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다시 일어날 때는 민 대법원장이 앞장서서 투쟁하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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