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 기초의원 1010명 없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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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특별시와 6대 광역시의 자치구 의회를 폐지하는 방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3일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첫 회의를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지방자치발전위는 기존 지방분권촉진위원회와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를 통합한 것이다. 심대평(72·사진)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은 28일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고 “특별·광역시 자치구의 지위 등을 포함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내년 5월까지 마련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특별·광역시 자치구의 행정 개편과 관련해 “구청장은 직선제를 유지하되 구별 의회를 두기보다는 구정 협의회를 두거나 시의회 의원을 늘리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발전위는 이번 주부터 강원도를 시작으로 17개 시·도를 돌며 지방자치제도 개편과 관련한 의견 수렴을 할 계획이다.

 특별·광역시의 자치구 의회를 폐지하는 방안은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검토됐던 것이다. 지난해 6월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위원장 강현욱)는 특별시의 경우 구청장을 선출직으로 하되 구의회는 구성하지 않는 방안을 단일안으로 제시했다. 광역시는 시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구청장과 군수를 임명하고 의회를 구성하지 않는 것을 1안, 시장과 군수를 선출하되 의회는 두지 않는 방안을 2안으로 마련했다. 구의회가 폐지되면 해당 구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지위를 상실한다. 선출직 구청장이 있다고 해도 인사권과 행정권이 지금보다 제한된다.

 심 위원장이 밝힌 내용도 지난해 나온 방안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실상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주특별자치도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자는 방안이다. 제주도는 2006년 4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2개 행정시를 두는 단일 광역단체가 됐다. 정부가 자치구 의회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특별·광역시 자치구가 지방의 시·군과 달리 주민의 소속감이 강하지 않고, 효율적인 행정을 하는 데도 장애가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렇지만 발전위가 마련한 방안이 실행되기까지는 험난한 길이 놓여 있다. 행정 개편은 최종적으로 국회가 특위를 구성해 논의한 뒤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야 한다. 문제는 기초의원 공천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자치구 의회 폐지를 실행할 수 있느냐다.

 권한이 줄어드는 구청장과 사라지게 되는 기초의회 의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서울특별시와 6대 광역시의 자치구는 69개, 군은 5개다. 이들 자치구와 군 의회에 속한 기초의원 정수만 1010명에 이른다. 지난해 6월 개편안이 나왔을 때도 구청장들과 기초의원들은 “지방자치를 말살하는 방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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