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 국가존립 위협 때로 국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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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헌법 해석을 바꾸더라도 그 범위를 ‘자국의 존립이 손상받는 사태’에 국한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사적 간담회인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이하 간담회)가 추진하는 방향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간담회는 아베 1기 내각 당시 정리했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 4가지 유형(▶공해상의 미 선박(군함) 방호 ▶미국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는 미사일의 요격 ▶평화유지군(PKO)에 참여한 기타 국가군이 공격받을 때 출동 경호 ▶해외에서의 후방지원활동 확대) 외에도 현행 헌법이 인정 않고 있는 5개의 사례(▶다국적군 참가 ▶선박 강제조사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 중이다.

간담회 좌장대리인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국제대학장과 일 외무성 측은 “간담회의 제안서를 12월 중순에 제출하고 12월 말까지 각의 결정을 통해 확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이 공격당했을 때 이를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일본이 대신 반격하는 권리다. 그동안 일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헌법 위반이라고 해석했으나 아베 정권은 이런 해석을 바꿔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 근거를 마련 중이다.

 하지만 마이니치에 따르면 일 정부 관계자는 “(거의 전면 허용을 주장하는) 간담회와 (일본) 정부의 논의는 별개”라며 “일본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지장이 생긴다는 전제(제한)가 깔려 있지 않으면 집단적 자위권은 행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립정권인 공명당이 집단적 자위권의 헌법해석 변경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인 데다 집단적 자위권에 민감한 한국·중국 등 주변 국가와의 조율 등을 감안할 때 최종 결론을 내리는 시기 또한 내년 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소식통도 “간담회가 내놓는 제안서는 ‘선생님들(간담회에는 주로 보수학자들이 많음)의 의견’일 뿐 이를 조율해 (허용 범위를) 최종 결정하는 건 결국 일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의 몫이라는 게 일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마이니치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범위를 ‘자국의 존립이 손상받는 사태’로 제한하는 것과 관련, “현재 일 정부는 주일 미군의 합법성을 다룬 1959년의 ‘스나가와(砂川) 사건’에 대한 최고재판소(대법원)의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일 최고재판소는 주일미군 반대 시위대가 도쿄도 스나가와(현재의 다치카와시)의 미군기지에 진입했다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일본이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존립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自衛) 조치를 하는 것은 국가 고유의 권능 행사로서 당연하다”며 “주일미군이 헌법 9조에서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전력(戰力)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즉 ‘존립 위협’을 조건으로 미군 주둔이 허용된 대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집단적 자위권도 그 범위 내에서는 헌법상 인정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다.

 신문은 또 “일 정부는 개별적 자위권(자국에 대한 공격에 무력 대응하는 것)의 행사에 대해 ‘우리나라를 방위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도의 범위’로 한정하고 있어 집단적 자위권에도 ‘필요 최소한도’란 제한을 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8일 오전 9시30분쯤 중국 정부 선박이 27일 만에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해역에 진입하며 중·일 갈등이 재점화했다.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 4척이 센카쿠 근해에서 일본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수역 안으로 진입한 것을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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