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의 중구난방식 공세는 합리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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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민주당 초선 의원 20명이 성명을 내고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불신임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또 지난해 대선을 가리켜 “총체적인 관권·부정선거였음을 확신한다”며 전면적 특검 실시를 주장했다. 당내 일부 강경파의 주장이긴 하지만 민주당의 대여 공세의 강도가 슬슬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모습이다. 장외투쟁 때보다 더 거칠어졌다. 당 내부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물론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이 잘 안 먹히면 강경파가 득세할 여건이 조성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들이 당론과 관계없이 극단적 공세를 펴도록 놔둬선 곤란하다.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 당 대표라면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서로 다른 목소리들을 거르고 수렴하면서 큰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선 강경파는 강경파대로 따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좌다.

 게다가 김 대표 스스로 대여 공세의 수위 조절에 실패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는 최근 검찰 인사를 ‘신(新)긴급조치’로 규정했다. 과거 유신 시절의 긴급조치와 연결시켜 비판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그러나 검찰인사를 위헌 조치로 확대시키는 건 아무래도 비약이다.

 그는 또 정부와 새누리당을 ‘헌법 불복세력’이라고 공격했다. “헌법 불복세력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정권 차원의 ‘막무가내식 무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여당을 도매금으로 없어져야 할 위헌집단에 비유하는 게 김한길류의 정치문학인가.

 민주당에 박근혜정부는 진정 타도해야 할 적인가. 정치는 거울과 같다. 상대를 정당한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당 역시 같은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물불 안 가리는 투쟁 일변도의 강경파를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구난방 식으로 쏟아내는 대여 공세 역시 거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극단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뒤집어쓰는 셈이다. 그럴수록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는 떨어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