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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10년 이상 도청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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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앙겔라 메르켈(59) 독일 총리의 전화 통화가 10년 이상 미국 정보기관에 도청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6일 그의 전화번호가 2002년부터 지난 6월까지 도청 대상 목록에 포함된 것을 입증하는 미국의 비밀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메르켈은 2005년에 총리가 됐다. 2002년에는 야당 대표였다. 이 잡지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주요 정치인들이 두루 도청의 표적이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슈피겔은 자료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전직 미 국가안보국(NSA)의 파견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이 제보자일 가능성이 있다.

 이 잡지는 메르켈에 대한 도청 작업이 베를린의 미 대사관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특별정보수집단(SCS)이라는 조직에 의해 이뤄졌으며, 고성능 안테나 등의 첨단 기기가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베를린의 관청 밀집 지역과 의회 주변에서 SCS 요원들이 특수 장비로 다수의 전화를 엿들었다는 주장이다.

 슈피겔에 따르면 2010년에 만들어진 미 정보기관의 문서에는 당시 파리·로마·제네바 등 유럽의 19개 도시를 포함해 전 세계의 80개 지역이 SCS의 거점 지역으로 기록돼 있다. 독일에서는 베를린뿐 아니라 프랑크푸르트에서도 SCS가 활동했다.

 메르켈은 지난 23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한 도청에 항의하는 전화를 걸었다. 슈피겔은 이 전화 통화 뒤 수전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메르켈 총리의 보좌진에 과거의 도청을 시인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간지 쥐트도이체자이퉁은 26일 메르켈 총리가 독일의 양대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과 헌법수호청(BfV)의 수장 및 총리실장을 수일 내에 미국에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도청 의혹을 규명하고 미 정부의 입장에 대해 설명을 듣기 위해서다. 독일 잡지 슈테른은 BfV가 미 정보기관의 도청 여부를 적발하는 특별조직을 만들어 미 대사관 주변 등을 감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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