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온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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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산】소련경비정에 불법 납치돼 갔던 제55동성호선원이 석방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8일 상오, 부산시중구부평동2가5 동성산업사의 직원들은 기쁨의 환성을 울렸고 통신사 장영숙씨(36·동래구거제동727 7통11반)의 부인 이무춘 여인(27)은 젖먹이 아들 동환군(3)을 얼싸안고 『동환아, 아버지가 돌아오신단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러나 선장 문종하씨(41)의 부인 김옥자 여인(38·중구부평동4가38)은 선장만 안돌려 보낸다는 소련의 비인도적인 처사에 이를 악물고 땅을 치며 통곡했다.
55동성호의 통신사 장영숙씨가 소련에서 석방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장씨의 장녀 기주양(11)이 다니고있는 부산거제국민학교4학년3반 어린이 80여명은 『기주아버지가 돌아온단다. 만세…』라고 외치며 교실이 터져 나가도록 기쁨의 환성을 터뜨렸다.
이들 어린이들은 기주양의 아빠가 소련경비정에 억울하게 붙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6월3일 학교에서 『기주아빠를 빨리 돌려보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소련경비정의 만행을 성토까지 했다가 이날 중앙일보 보도진이 전해준 기주아빠의 석방소식을 듣고 수업을 하다 말고 기쁨의 만세를 연발했다.
선장 문씨의 아내 김옥자 여인은 학교에서 졸도한 채 동료학생들의 부축으로 집에 돌아온 아들 태수(11·보수국민교 4년4반)군을 얼싸안고 『왜 아빠는 안돌아온다더냐』고 울부짖다가 졸도, 방에 쓰러져 몸져누웠다.
명수군은 교실에서 오후수업을 막 시작하려다가 『아버지가 못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소련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야. 왜 우리아버지를 돌려주지 않는거냐』고 몸부림쳤다. 문씨 가족들은 지난 6월1일 문씨가 소련경비정에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까지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가 이날 또다시 슬픈 소식을 전해듣고 초상난 집같이 울음에 싸여있었다.
소련무장경비정에 불법 납치되었던 제55동성호 선원들이 40일만에 풀려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이곳 부산시부평동2가5 동성산업사(대표 이일호·45)직원들은 생각보다 빨리 전해져온 소식에 환성을 올리고 마음이 들떠 있는 듯 모두 일손을 멎고 술렁대고 있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이날 낮 12시쯤 수산청과 해경·언론기관 등으로부터 선원귀환소식을 처음 전해들었다면서 선원가족들로부터 걸려오는 문의전화에 하나하나 친절하게 대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피납선원 15명 가운데 선장 문씨만 재판을 받기 위해 그대로 소련에 남고 배도 압류됐다는 소식에는 모두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측은 선원들의 귀환에 따른 채비를 서두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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