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교조 전임자 복귀 명령 … 일부 교육감들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교육부는 2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전임자 77명에 대해 일선 학교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리라고 17개 시·도교육청에 요청했다. 고용노동부가 전날 전교조에 “노조가 아니다(법외노조)”는 통보를 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그러나 친(親)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은 “전교조를 인정하겠다.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교육부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전교조가 노조가 아님을 통보받게 된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노조 전임자의 학교 현장 복직은 법령에 따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차관은 “앞으로 교육현장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며 “어떤 경우라도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호되고 학교 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가 학기 도중 집단적으로 휴가를 내고 투쟁할 경우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교육부가 이날 시·도교육청에 요청한 사안은 ▶전교조 전임자를 한 달 안에 복귀하도록 하고 ▶기존 체결된 단체협약은 24일자로 무효화하며(진행 중인 단체교섭은 중지) ▶다음 달부터 교사 월급에서 전교조 조합비(본봉의 0.8%)를 원천징수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시·도교육청이 전교조에 무상으로 임대해 주고 있는 지부 사무실을 비우도록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부분의 교육청은 교육감 명의로 사무실을 빌린 뒤 전교조 지부에 무상으로 임대해 주고 있다. 임차보증금은 서울 15억원 등 총 51억원에 이른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단체협약에 따라 전교조 조합원이 각종 위원회에 참여한 경우 위원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법외노조가 된 만큼 그동안 노조로서 받아 왔던 각종 혜택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지시를 받은 시·도교육청은 28일 회의를 열고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 등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시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는 국가공무원이라 교육부가 복귀 명령을 내릴 경우 교육청은 따르는 것이 맞다”며 “교육부 공문이 오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도 “우선 전교조에 지원한 행사비를 회수하고 전임자들은 복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전교조 교육감이 있는 경기·강원·전북·광주·전남교육청은 입장이 다르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기자와의 통화를 하고 “(전교조를) 인정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에서 인정하겠다. 이번 정부의 조치(법외노조)는 법의 집행을 빙자한 국가 폭력이고 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됐지만 교원단체로서의 지위와 역할이 있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감의 재량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전교조 출신인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은 “전교조를 교원단체로 인정하고 동반자로서 상호 협력하겠다. 전임자와 사무실 문제는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최종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현재 해외출장 중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김 교육감이 해외출장에서 귀국하는 다음 달 4일 이후 본격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일부 교육감이 교육부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2011년 학생인권조례와 2012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을 두고 교육부와 대립하면서 소송까지 갔던 양상이 재연될 수 있다. 전교조가 낸 가처분신청도 변수다. 전교조는 24일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뒤 서울행정법원에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다음 주 중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리를 하고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론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길·권철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