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축구, 돈이 아니라 발로 하는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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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용수(左), 리피(右)

축구 경기 전날 열리는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감독들이 덕담을 나누기 일쑤다. 하지만 FC 서울과 광저우 헝다(중국)의 기자회견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르첼로 리피(65·이탈리아) 광저우 헝다 감독은 “24일 한국에 왔는데, 훈련할 수 있는 장소가 없더라. 호텔에서 30분간 몸만 풀었다. 불공평한 환경”이라고 불평하더니 “서울이 2차전 때 광저우에 온다면 불편함이 없게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비꼬았다.

 AFC 규정에 따르면 홈 팀이 원정 팀의 훈련장을 준비해야 한다. 서울은 규정대로 광저우 헝다가 24일 서울월드컵보조구장에서 해가 지기 전까지 훈련할 수 있도록 예약했다. 그런데 광저우 헝다 측이 훈련 시간을 어기고 오후 늦게 입국하면서 야간 조명 시설이 없는 보조구장 이용이 불가능해졌다. 서울은 “광저우 헝다 측과 이미 2주 전에 훈련장소와 시간을 협의해 AFC에 보고했다. 훈련장이 없는 게 아니라 스스로 훈련을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용수(40) 서울 감독은 “서울은 2차전 때 광저우에 가서도 AFC 규정 외의 것을 바라지 않겠다”며 리피 감독의 비아냥에 정면으로 맞섰다. 1년 운영비가 무려 1200억원에 이르는 광저우를 향한 직격탄도 날렸다. 최 감독은 “행복은 돈으로 가져올 수 없다. 축구는 손이 아닌 발로 하는 스포츠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서울과 광저우 헝다는 26일 오후 7시30분 1차전을 치른 뒤 다음 달 9일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으로 장소를 옮겨 2차전을 한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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