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가 앞장서야 경제가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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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3분기 경제성적표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어제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3.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전기 대비로도 2분기와 같이 1.1% 성장해 2년 동안 지속됐던 0%대 성장률에서도 벗어났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취약점으로 꼽혀왔던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다소 나아진 게 참으로 다행스럽다. 적어도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예상됐던 올해 2.8% 성장도 무난할 것 같다.

 문제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인데, 이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하긴 2%대 성장률로 체감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3%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도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또 무려 8분기 동안 0%대 성장을 하지 않았나. 심각한 내우외환이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던 상황에서 최근 1%대 성장했다고 체감경기가 좋아질 리 없다.

게다가 내년에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외 여건이 모두 시계(視界) 제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경제는 여전히 심상찮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세계경제 회복은 더 늦어질 것이다. 국내 여건도 첩첩산중이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소비 회복을 틀어막고 있고, 경영실적 악화와 자금 경색으로 기업투자 활성화도 쉽지 않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줄줄이 낮추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내년 3.9% 성장은 틀렸다고 봐야 한다. 체감경기가 살아나려면 4%대 성장은 해야 하는 데 자못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뭐니 뭐니 해도 분위기를 살리는 게 답이다. 국민이 하겠다는 의욕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이 그렇다. 정부와 의회가 똘똘 뭉쳐 국민에게 활기와 의욕을 불어넣고 있다. 20년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니 실제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도 그래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할 곳이 국회다. 정쟁(政爭) 일변도로만 치달을 때가 아니다. 설령 정쟁을 하더라도 민생도 같이 챙겨야 한다. 당장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100여 건의 경제활성화 법안부터 처리하길 당부한다. 반 년 동안 묵히고 있는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 부동산 활성화 법안, 석 달째 감감무소식인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등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부터 속히 통과시켜라. 외국인이 투자할 경우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을 완화해주는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 창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조세특례제한법과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 개정안 등도 미적댈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죽이는 곳이 국회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경제활성화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말로는 민생과 일자리 운운하면서 행동은 정반대인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는 국회, 그게 그리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