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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쌍꺼풀과 외꺼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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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눈과 관련된 속담이나 관용구는 많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다.’ 이 말은 눈만 보아도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것이다. ‘몸이 100냥이면 눈은 90냥이다.’ 우리 몸의 90%를 차지한다니 눈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말이다. 사람이 정보의 90%를 눈으로 얻는다는 얘기도 있다. ‘눈 익고 손 설다’는 무슨 일이나 눈으로 보기에는 쉬운 것 같으나 실제로 하기는 힘듦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쓰는 말이다.

 눈과 관련된 단어 중에서도 나는 ‘눈부처’를 좋아한다. ‘눈부처’는 눈동자에 비쳐 나타난 사람의 형상을 뜻하는 말이다. 그 어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문자메시지로 대화하는 것도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보며 서로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대하는 것과는 진정성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눈에 비친 부처 같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안검하수(眼瞼下垂)’라는 말이 있다. 상당히 어려운 단어다. ‘안검’은 눈꺼풀을 뜻하고, ‘하수’는 아래로 드리우거나 처진다는 뜻이니 결국 ‘안검하수’는 ‘눈꺼풀 처짐’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려운 말보다 알기 쉬운 말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 ‘꺼풀’은 여러 겹으로 된 껍질이나 껍데기의 층을 말한다. 꺼풀은 까풀과 동의어다. 그래서 ‘눈까풀=눈꺼풀’ ‘쌍까풀=쌍꺼풀’이다. 그러면 쌍까풀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외까풀이다. 아마도 사전의 실수임에 틀림없겠지만 사전에는 외까풀만 있고 ‘외꺼풀’은 없다.

 눈언저리의 두두룩한 곳을 가리켜 ‘눈두덩’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아래와 같이 ‘눈두덩이’로 쓰는 사람이 많다. “ㅎ선수는 ㄱ선수의 머리에 받혀 왼쪽 눈두덩이가 크게 찢어져 지금도 ㅎ선수의 왼쪽 눈이 찌부러져 있다.” “심야택시 운전기사의 눈두덩이에는 피로감이 잔뜩 얹혀 있었다.” “눈병에 걸린 것같이 눈이 빨갛고 눈두덩이가 아파요.” ‘눈두덩’으로 족하니 쓸데없이 ‘-이’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 그냥 “그녀는 너무 울어서 눈두덩이 퉁퉁 부었다”처럼 쓰면 된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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