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원유 가격 '뚝' … 원자재 DLS 투자 ‘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큰 위험 없이 연 7%의 이자를 받는 채권’.

 여윳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귀가 번쩍 뜨일 얘기겠지만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런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활용한다면?

 최근 금·은·원유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로 쏠리고 있다. DLS란 원자재 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증권사가 약속된 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주가와는 달리 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는 잘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자재 값이 많이 내린 지금이 DLS 가입의 적기라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런던 금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발행금액은 지난 7월 690억원에서 9월에는 2163억원으로 증가했다. 금 값이 떨어지는데 금 관련 DLS 상품의 발행이 느는 것은 원자재 값이 약세를 보이긴 해도 폭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들이 내놓은 원자재 관련 DLS는 연 7∼10%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금·은·WTI(서부텍사스원유)·브렌트유 등 원자재 기초자산 중에서 2∼3개를 편입한다.

 DLS도 ELS(주가연계증권)처럼 위험도가 높을수록 증권사가 약속하는 금리가 높아진다. 가입 시 가장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손실구간이다. 즉 하방배리어가 낮을수록 수익률이 낮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은 작아진다. 예를 들어 대우증권이 팔고 있는 금·은 DLS(1489호)의 경우 하방배리어를 35%까지 낮췄다. 현재 금(1333달러)과 은(22.66달러) 시세를 감안할 때 3년 뒤에 금과 은이 각각 467달러와 8달러 정도만 유지하면 원금과 함께 금리 7.3%를 준다는 얘기다. 물론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도 주어진다.

 만일 7.3%의 금리에 만족할 수 없다면 위험도를 약간 높이면 된다. 예를 들어 금·은에다 WTI나 브렌트유 지수를 추가하고 하방배리어를 높이면 수익률은 뛴다. 현대증권이 발행하는 DLS 132호(만기 1년)의 경우 금·은과 북해산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는데 하방배리어 55%에 연 9.45%의 고수익을 보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원자재 가격 전망은 어떨까. 강세보다는 약세 쪽에 베팅하는 전문가가 많다. 금·은 등 귀금속의 경우 선진국들의 물가 안정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많이 줄고 있다. WTI도 재고량이 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증권 손재현 연구원은 “금이나 원유의 생산비용 등을 감안하면 원자재 값이 떨어진다 해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원자재 가격이 많이 떨어진 지금 DLS에 투자하면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 DLS는 상품별로 조기상환요건이 조금씩 다르고 돈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점은 조심해야 한다. 조기상환 요건이 까다로울수록 수익률은 높아진다. 또 DLS는 ELS와 마찬가지로 증권사의 신용으로 발행되는 채권인 만큼 우량한 증권사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기 상환 시 3∼5년치의 이자가 한꺼번에 나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이자·배당 소득 연 2000만원 이상)가 될 수 있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윤창희 기자

파생결합증권(DLS)

ELS(주가연계증권)가 코스피 200 같은 지수나 특정 종목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움직인다면 DLS는 주식이 아닌 금·은·원유 등 원자재와 금리·환율·신용연계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