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꾼 제네시스, BMW5·벤츠E와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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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좌우 대칭으로 갈라져 있던 전면부 그릴이 일직선으로 강렬하게 합쳐졌다. 더 길어지고 더 늘씬해진 차체는 스포츠 쿠페(지붕이 낮은 2인승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유려한 곡선을 뽐냈다. 전체적으로 근육질 남성의 강건한 육체 속에서 부드러운 여성미가 언뜻언뜻 엿보이는 듯했다.

 현대자동차가 야심작인 신형 제네시스(이미지)의 모습을 24일 최초로 공개했다. 2007년 말 혜성처럼 등장했던 제네시스는 2009년 아시아 대형차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면서 현대차의 품질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기념비적 차량이다. 제네시스 이후 현대·기아차는 ‘그저 그런 양산차 제조업체’에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고루 갖춘 중요 업체’로 급부상했다. 이름 그대로 현대·기아차의 ‘창세기(제네시스)’를 연 차량인 셈이다. 신형 제네시스에 그 어느 차량보다 높은 관심이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공개된 신형 제네시스는 디자인에서부터 구형 모델과 큰 차이를 보였다. 첫눈에 들어온 것은 그릴. 좌우대칭형으로 양분된 날개 모양에서 선을 한 줄로 통합한 모양의 새 그릴로 변경됐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유려한 역동성)의 개량형, 즉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의 시작을 알린 변화다. 전체적인 외관도 달라졌다. 특히 뒷부분 C필러(뒷문과 뒤 창문 사이의 공간)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완만한 곡선은 전형적인 스포츠 쿠페의 라인이었다. 길이도 구형보다 20㎜ 더 길어져 한층 늘씬해 보였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 차체설계실 양희원 이사는 “안전성 제고를 위해 전체 강판 중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13.8%에서 51.5%로 대폭 높였다”며 “이는 BMW의 차량들보다도 높은 비율”이라고 말했다. 덕택에 자체 충돌실험 결과 국내와 미국 기준 모두 별 다섯 개를 충족시켰다. 특히 스몰오버랩(차량 중 운전석 쪽 25%만 충돌시키는 실험)에서도 G(Good) 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획득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안전벨트와 에어백의 품질도 개선됐고, 전방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해 위급 상황 시 차량을 자동으로 정지시켜 주는 ‘AEB’ 장치, 보행자 충격 완화 장치 등 새로운 안전장치들도 대거 부착했다.

 현대차는 서스펜션 강성 강화, 가변 기어비 운전대 및 조향 응답성을 크게 높인 R-MDPS 장치 부착, 4륜구동 시스템인 에이치트랙(HTRAC)의 적용 등으로 주행 성능도 훨씬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양 이사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주행 성능을 확보했다고 자신하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스포츠카 형태 외관에 대한 중·장년층의 호응 여부, 디자인 때문에 뒷좌석 머리 공간이 다소 협소해진 점, 신기술 대거 적용으로 인한 가격 상승 가능성 등은 변수로 지목된다. 디젤 모델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인 권문식 사장은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보다 품질과 안전성에서 더 우수하다고 자신하기 때문에 국내외 시장에서 이들과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제네시스는 11월 출시 예정이며 구체적 제원과 가격은 추후 공개된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올 3분기에 매출액 20조8194억원, 영업이익 2조1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액은 6%, 영업이익은 1.7% 늘어났다. 올해 1~9월 누계 매출액은 65조369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조2851억원으로 4.9% 감소했다.

화성=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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