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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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가끔 자기도 모르게 자기비하사상을 노출시킬 때가 많다. 내가 양품점을 경영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한국여자 손님이 외국인을 동반하여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한참동안 진열품들을 모두 구경하던 외국인 손님이「넥타이」를 만져보며 값을 물어왔다.
비교적 우량국산품만을 취급해온 나는 이 외국인 손님에게 국산품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 거의 이익을 생각지 않은 아주 싼 가격으로 안내했다. 이때 옆에 같이 왔던 여자 손님이『국산인데 뭐가 이렇게 비싸지?』『물건도 국산인데』라고 말을 던지고는 그 여자 손님은 외국인과 함께 가게를 나가 버렸다.
나는 모처럼 찾아온 외국 손님이므로 국 민 된 한 사람으로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으나, 그 여자 손님 때문에 나의 작은 소망은 깨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 한국 여자손님은 지금까지 외국의 상품만 사용해 왔으며, 국산품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아니면, 국산품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일까? 이럴 때 그 여자 손님은 외국인에게 한국의 우수한 국산품을 좋게 인식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이 여자손님의 작은 하나의 행동이 무의식적으로나마 표현되었을 때 외국인손님은 그 여자를 어떻게 느꼈을 것이며, 한국을 어떻게 보았으며, 국산품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했을까? 국민이 국가를 사랑하지 않고 자기 국가의 생산품을 아끼지 않는 국민이 이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외국인을 접촉하는 모든 사람들은 한국 민의 긍지를 가지고 무조건 국산품이 비싸다느니 아니면 국산품이라고 해서 물건이 나쁘다고만 생각하고 표현해 버릴 것이 아니라 국산품을 아낄 줄 아는 참다운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옥재성<서울 용산구 효창동 산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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