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절상 압력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이 일본원화의 평가절상을 종용함으로써 원화절상에 대한 외부압력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68년이래 계속 국제수지 흑자를 기록해 왔고 작년에는 20억1천4백만불의 흑자를 내어 흑자폭 자유세계 제1위를 차지한 일본에 대한 원화절상 압력은 2년 전부터 거세게 몰아쳐 왔었다.
그러나 일본은 국내경제의 안정을 내세워 절상을 회피하면서 수입자유화, 원조증대 및 확대정책 등에 의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수입자유화의 촉진, 「코스트·업」을 각오한 확대정책의 촉진,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의 증가 등은 흑자기조인 국제수지의 기초적 불균형에 대한 교과서적 시정책이기는 하다. 때문에 현재 3백60원대 1「달러」의 IMF 평가(실세는 3백57원40전대 l「달러」)가 지나치게 저평가 돼 있음을 알면서도 일본은 내년말 이후에나 평가절상을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수입자유화촉진으로 수입량이 증가해도 수입가격이 변치 않거나 또는 저하된다면 전체적인 무역이익은 증가한다 ②무턱대고 원조를 늘릴 수도 없다 ③확대정책을 추구하면 물가상승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적절한 시기에 원화절상을 해야한다는 반대론이 일본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원화절상론자들은 일본이 외부압력에 의해 부득이 타의적으로 절상하는 경우 무역이익이 감소하고 국내산업에 마찰을 일으킨다는 점을 들어 자주적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
즉 흑자조정방법으로서의 3개 대책과 동시에 절상을 빠른 시일 안에 합리적으로 단행하라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종용으로 오는 9월의 IMF총회는 미국의 『절도있는 국제수지』를 요구하는 흑자국과 『흑자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미국과의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 예상되며 한편으로는 이미 환율조정을 끝낸 서구제국이 원화에 대해 집중공격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국내 완전고용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제수지면의 절도를 경계하고 있으나 서방제국이 미국만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데는 무리한 점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미국의 경제적 번영은 세계가 이를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대 흑자국인 일본은 흑자국의 책임을 더 이상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며 따라서 원화절상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