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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고민과 책임|미 예일대 로버트·트리핀 교수 논문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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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예일」대학의 「로버트·트리핀」교수는 최근의 국제통화위기를 분석,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화 유입에 따른 「인플레」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책을 쓰고 있으나 이러한 미봉책보다는 강한 통화국인 EC 각국을 중심으로 항구적인 국제통화체제의 재건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외지에서 간추린 「트리핀」교수의 논문요지. <편집자주>
구주통화시장의 폭발은 근본적으로 투기적 움직임이 유발한 혼란이다.
5월초 「브뤼셀」의 구주공동체(EC) 긴급이사회가 합의한 환율의 제한적 재조정과 자본이동의 통제라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이 폭발이 가라앉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이 폭발이 갖는 장기적 의미가 보다 더 중요하다. 그것은 종국적으로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리는 한 가닥의 보리짚』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의 위기는 국제통화체계에서 「달러」가 누리고 있는 『엄청난 특권』과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에 대한 재검토를 촉진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협정 밑에서 「달러」평가를 유지할 무거운 짐은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져 자국 외환시장에 유입하는 과잉「달러」를 매수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게 하고 있다.
그렇잖으면 이들 각국의 대미환율이 상하 1%라는 변동폭을 돌파하게 된다. 이렇듯 특이한 환율장치는 「달러」채권을 미국이 금과 태환 준다는 약속 밑에서 성립된 것이다. 그러나 50년이래 계속된 미국의 국제수지적자로 부채액이 보유금의 2, 3배에 달해 각국이 금태환권리를 행사하면 미국은 파산하고 말기 때문에 태환정지의 불가피성이 뚜렷해졌다.
IMF체제의 붕괴와 연결되는 이러한 위험은 미국에 대한 채권국의 자발적인 금태환 요구 자제, 미국의 도의적인 설득과 68년 3월에 있었던 금「풀」제도의 강제적 철폐에 의해 제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어느 틈에 불안정한 금환본위제를 적절한 규제대책이 없는 「달러」본위제로 변질시켜 버렸다.
그런 점에서 앞서 지적한 「브뤼셀」결정은 EC제국이 휩쓸려 든 「달러」권으로부터의 『화폐적 독립선언』이다.
EC의 경제·통화 통합계획에 바탕을 둔 이 결정은 앞으로 10년안에 실현될 것으로 보여지는 경제·통화 통합을 앞당길지도 모른다.
EC의 완전한 통화 통합 이전에 구주제국통화간에 필요하다고 생각됐던 이번 환율재조정은 구주제국통화의 「달러」에 대한 「공동변동」과는 별개의 것이어야 한다. 후자는 미국의 적자에 대한 무제한한 금융을 부정하는 것이며 「브뤼셀」 결의는 그 첫걸음인 것이다.
구주제국통화간의 연속적인 시세변동은 통화통합 뿐만 아니라 공동시장 자체를 파멸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보다 항구적이고 보다 육성하기 쉬운 방법이 EC에서 고안되어 그것이 다시 국제통화체제의 보다 광범위한 재건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국제수지에 대한 동일한 절도를 흑자국과 준비통화국에 요구하게 될 것이다. 미 의회의 합동경제위는 지금까지의 국제통화체제의 개혁을 위한 모임을 거듭 결의했으나 도노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 세계외환시장에 울리고 있는 위험신호는 결국 미국정부의 눈을 뜨게 하여 전정권이래 경시되어온 계발적이며 건설적인 제안에 귀를 기울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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