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정규직과 같은 대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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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두 아이를 키우는 대전시 둔산구 A(34·여)씨는 아침마다 출근길 걸음이 가볍다. 지난해 3월 집 가까운 중학교에 계약직 사무직에 취업해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다. 올 들어 더욱 기분이 좋아진 것은 지난 5월부터 무기계약직이 되면서다. 무기계약직은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고용 안정이 보장되는 제도다.

 A씨는 무기계약직이 된 뒤에도 오전 9시~오후 6시 일과 시간에만 근무를 한다. 6시 이후 남아서 야근하는 일도 없고 휴일은 언제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는 “공공기관이라 출퇴근에 구애를 받지 않으면서 초등학생 두 딸을 키울 수 있어 지금 일자리에 너무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이 된 뒤에도 고민은 남아 있다. 연봉제로 근로계약을 하는 관계로 무기계약직이 된 뒤에도 종전에 받던 급여에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1일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같이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급여 인상에 차별을 두는 관행을 금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의 차별이 대폭 해소된다. 그동안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임금은 인원 제한 때문에 인건비가 아니라 사업비 같은 비용 항목에 포함돼 있었다. 이 바람에 무기계약직은 임금이 아예 오르지 않거나 올라도 정규직보다 낮은 인상률이 적용됐다.

 그러나 이번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기관은 정규직 임금 인상률에 맞춰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도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 각종 명목의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급여 이외의 처우에서도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도록 했다. 다만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에 필요한 추가 비용은 각 기관이 자체 재원을 활용한다는 원칙이 제시됐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 경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기계약직 차별 해소를 빌미로 자칫 방만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재부는 2015년까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단계적으로 완료하고 이후에는 정원의 5% 범위에서만 운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전환 대상 업무는 과거 2년 이상 계속됐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로 한정된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전체 공공기관 810곳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25만1000여 명 가운데 6만5711명을 2015년까지 이 같은 방법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상 기관으로 거론되는 810개 공공기관은 각 부·처·청을 포함한 중앙행정기관 47곳, 지방자치단체 246곳, 공공기관 430곳, 교육청·교육지원청·국립대 등 교육기관 77곳이다. 이들 기관의 소속기관까지 합치면 대상 기관은 1만여 곳에 이른다. 이곳에서 일하는 기간제·시간제, 간접고용 인력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이다.

 무기계약직 확대 방침이 공공부문의 정원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재부는 무기계약직 전환 시점을 기준으로 당초 비정규직 비율보다 높아지는 것을 금지하고, 한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업무에 비정규직을 추가로 뽑거나 인원을 늘리는 것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노동생산성이나 총 인건비 인상률이 정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도 경영평가상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가이드라인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무기계약직 계약직과 정규직의 중간 형태의 고용. 임금이나 복지는 계약직 수준의 대우를 받지만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정규직과 유사한 근로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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