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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챔스리그 최강국인데 외국서 경기하면 꽉꽉 차고 한국서는 텅텅 비는 경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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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AFC 챔피언스리그 등 각종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서 K리그 구단은 10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4월 9일 일본 가시와에서 열린 가시와 레이솔과 수원 삼성의 경기에는 관중석이 꽉 찼다. [중앙포토]

아시아에서는 최강이지만 안방에서는 찬밥 신세다. 프로축구 K리그의 슬픈 자화상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세계 56위, 아시아 4위다. 하지만 K리그는 넘볼 수 없는 아시아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5회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AFC 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2009, 2010, 2012년에는 포항 스틸러스, 성남 일화, 울산 현대가 챔피언에 올랐고 2011년에는 전북 현대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FC 서울이 중국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결승전을 치른다. 5년간 K리그는 5개 팀이 번갈아 결승에 올랐다. K리그 상위 구단은 아시아 최정상권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의 거대 부동산그룹 헝다(恒大)가 운영하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1년 예산이 1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FC 서울의 약 6배다. 왕실이 관여하는 중동의 클럽들도 오일머니를 쏟아붓는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이 속에서 K리그가 아시아를 호령하는 경쟁력은 뭘까.

같은 K리그 팀이 경기를 하는데도 국내 경기장은 한산하다. 지난 4월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센트럴 코스트(호주)의 경기는 비가 온 탓도 있지만 관중석이 썰렁했다. [수원=김진경 기자]

 중국 프로축구와 일본 J리그를 두루 경험한 울산 현대 박동혁(34)은 “정신력과 규율에서 한국이 최고다. 중국은 한 자녀 가정이 많아서인지 선수들이 철이 없다. 시간도 잘 안 지키고 코칭스태프 지시를 따르지 않을 때도 많다. 또 우리 선수들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이나 일본을 만나면 국가를 대표한다는 심정으로 더 경기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해 11월 ‘한국이 2002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고, 클럽 레벨에서 아시아 최강을 지키는 건 애국심 덕분’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국심과 정신력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1990년대 후반부터 J리그의 맹추격에 위협을 느낀 K리그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경쟁력을 키워 왔다. 신명준 프로축구연맹 경기지원팀장은 “2002년 이후 유소년 클럽 육성이 틀을 잡아갔다. 지금 FC 서울은 엘리트와 취미반을 포함해 3200명의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외국인 선수가 없지만 이명주(23)·신진호(25)·신광훈(26)·고무열(23) 등 유스팀에서 성장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FA컵 2연패를 일궈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K리그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클럽의 노력과 실력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는 10개국이 출전했다. 한국에서 열린 경기의 평균 관중은 8780명으로 5위에 그쳤다. 1위는 이란(3만9799명)이 차지했고 한국은 중국(3만6205명), 일본(1만993명)에도 밀렸다.

 FC 서울과 결승에서 격돌하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준결승 홈 경기에서 30억원가량의 입장 수입을 올렸다. 광저우에서 열리는 서울과 결승 2차전의 가장 싼 티켓은 7만원, 가장 비싼 건 140만원에 달한다. 총 입장 수입은 4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결승 1차전의 가장 비싼 입장권은 광저우에서 가장 싼 티켓의 절반 가격인 3만5000원이다. 광저우 사령탑을 역임한 이장수 감독은 “광저우를 예전의 중국 클럽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K리그가 긴장하지 않으면 앞으로 프로축구에서 공한증(恐韓症)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이해준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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