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 릭 엔킬, 2003시즌 복귀 유력

중앙일보

입력

좌측 팔꿈치 건염으로 올 시즌을 건너뛰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좌완 '야생마', 릭 엔킬(23)이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로 복귀할 것이 유력하다.

우선은 선발이 아닌 불펜 보직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상 이후 재활을 거치면서 약간의 적응기간이 엔킬에게는 필요하다는 것이 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감독의 판단.

약관 21세이던 2000년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꿰차며 11승 7패, 방어율 3.50을 기록. 카디널스 팬들로부터 '세인트루이스의 희망'으로 불리던 그는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선 엔킬은 3회를 마치지 못하고 강판, 뉴욕 메츠와의 리그 챔피언쉽 2차전에 다시 선발로 출장한 엔킬은 2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되는 부진에 빠졌다.

포스트시즌 두 게임, 단 4이닝 동안 허용한 사사구가 무려 11개, 게다가 9개 이상의 폭투를 던져 방어율은 무려 15.75. 결국 엔킬은 포스트시즌의 갑작스런 제구력 난조로 인해 그 이듬 해인 2001 시즌마저도 연쇄 부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올 4월에 다시 재기의 꿈을 노렸지만, 왼쪽 팔꿈지 건염으로 인해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라 2002 시즌 전체를 접고 말았다.

엔킬의 회복 여부는 내년 카디널스의 투수진 운용에 주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12홀드를 기록하며 팀의 불펜진을 이끌었던 마이크 팀린(36)이 시즌 도중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했다.

선발진에는 올 시즌 도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부터 이적, 7승 4패를 기록한 '좌완' 척 핀리(40)가 구단의 연봉 조정을 거부, 세인트루이스를 떠나게 되었다.

물론 선발카드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부터 선발 브렛 톰코(29)를 영입했지만, 선발 로테이션이 핀리가 빠짐으로서 우완투수 일색이라는 점이 라루사 감독의 고민거리. 엔킬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시즌 초반은 엔킬을 불펜진에서 활용, 선발 로테이션이 주는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지만, 라루사 감독의 궁극적인 의도는 엔킬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세인트루이스는 좌완 불펜 요원으로 39세의 노장, 제프 파세로와 스티브 클라인(31)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엔킬의 2003시즌 재기를 위한 키워드는 바로 '제구력'.

들쑥날쑥한 제구력만 갖춰진다면, 우완 케리 우드(시카고 컵스), 좌완 릭 엔킬을 2000년대 최고의 투수로 꼽던, 수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 현실로 다가올 확률이 점점 높아지게 된다.

한편, 핀리가 구단의 연봉 조정을 거부하고 타 팀으로 이적할 예정이므로 카디널스는 핀리를 영입하는 구단으로부터 2003 시즌 여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양도받게 되었다.

핀리는 최근 2년간 성적을 토대로 엘리어스 스포츠 뷰로(Elias Sports Bureau)에서 선정한 선수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이지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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