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C의 변동환율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EEC 재상회의는 9일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EEC회원국들이 「달러」파동에 대처하기 위해 변동환율제를 채택할 수 있도록 결의함으로써 서독의 변동환율제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서독이 9일 변동환율제를 적용한데 이어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가 평가를 절상했고 화란과 「벨기에」도 변동환율제를 채택함으로써 달러 파동에 대한 제1단계조치는 끝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10일의 서독 마르크화 시세는 3∼4%나 급상승하고있어 공정환율인 1달러당 3·66 마르크에서 3·50 마르크로 떨어지고 있다하며 이러한 마르크·러쉬는 당분간 계속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서독연방은행은 비거주자예금에 대한 이자지급을 즉각 중지한다고 발표하여 추가적인 마르크·러쉬를 진정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한다.
한편 EEC를 주도해온 불란서는 EEC회원국들이 변동환율제를 유지하는 한 경제통합 및 통화통합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통고함으로써 달러파동은 EEC의 내분을 일으킬 소지를 형성시키고 있다.
불란서가 EEC회원국의 변동환율제채택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로 말미암아 EEC의 공동농업정책에 타격을 주어 불란서에 커다란 손실을 줄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 한다.
즉 불란서를 제외한 대부분의 EEC회원국들이 불란서산 농산물을 수입해가는 실정인데 이들이 변동환율제를 적용하여 실질적인 평가절상 효과를 파생시킬 때 불란서는 교역조건 면에서 불리해진다는 점과 EEC의 수입규모가 억제되어 공동농업기금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는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불란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EEC회원국들이 변동환율제를 이미 채택한 이상, 불란서의 불만은 다른 방법으로 해소시킬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EEC는 변동환율제도의 채택에 따른 이해관계조정을 위한 새로운 협상을 조만간 시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또 EEC가 변동환율제를 채택함으로써 「달러」와의 관계는 일단 조정되었다고 해도 EEC제국과 기타국간의 문제는 앞으로 조정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달러와 마르크 등의 관계조정은 필연적으로 기타 통화와의 교환비율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며, 때문에 각국간의 무역관계가 그에 따라서 조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2차적인 환율 및 무역의 조정과정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마르크의 변동환율제채택으로 달러 파동이 일단 수습될 수 있다고 해서 국제유동성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주목해야할 것이다. 「마르크」의 변동환율제는 고정환율제도의 결함을 이용한 「핫·머니」의 유입을 방지할 수는 있는 것이지만 미국 국내의 경기자극정책과 「인플레」정책이 파생시키는 문제점을 해소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어쩔 수 없이 확장주의적인 정책을 계속하는 한 미국의 국제수지가 호전될 전망은 당분간 없는 것이며, 때문에 미국은 일본 등 또 다른 흑자국에 평가절상 압력을 가할 것도 분명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