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에너지정책 강조한 ‘대구 선언문’ 채택 … 89년 역사상 최대 규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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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호 22면

13일 대구에서 개막한 세계에너지총회에서 피에르 가도닉스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세계에너지총회가 한창이던 지난 15일 오전 대구 엑스코 전시장 옆 인터불고 호텔 커피숍. 신재생에너지 전문 중소기업 한성고주파의 임연형 이사가 미국의 열병합발전설비 제조사 누터에릭슨에서 온 바이어와 미팅 중이었다. 2시간 넘게 노트북으로 동영상 등을 보여주며 즉석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폐열회수처리장치(HRSG) 부품에 대한 설명을 마친 임 이사의 표정은 밝았다. 설명을 들은 바이어가 “미리 못 만난 게 한스러울 정도”라며 “곧 좋은 소식을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성과

이틀 뒤 임 이사는 누터에릭슨 측 실무진을 서울에서 만나 협상에 들어갔다. 임 이사는 “생산품의 80%를 유럽·중동에 수출하기 때문에 출장이 잦다. 지난주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왔는데 이렇게 대구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게 될지 몰랐다”고 기뻐했다.

120여 개국에서 7500여 명의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대구 세계에너지총회가 우리 기업들에 실질적 성과를 안겨준 사례다.

세계에너지협회(WEC)가 1924년 이후 3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에너지총회는 규모와 내실 면에서 ‘에너지 올림픽’으로 불린다.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Securing Tomorrow’s Energy Today)’을 주제로 13~17일 개최된 이번 제22차 총회는 89년 역사상 최다 참가자(7500여 명, 일반 참관객 3만여 명), 최다 국가 장·차관급 인사 참석(42개국 54명) 등의 기록을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도 16일 오전 세션에 참석, 특별 연설을 통해 올해 WEC가 정의한 에너지 3중고(energy trilemma)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국의 경험을 소개하고 에너지 시장 변화에 따른 국내외 에너지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에너지 3중고란 ▶에너지 수급 불균형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일컫는다.

박 대통령은 또 창의적 아이디어와 과학기술, IT를 접목하는 ‘창조형 에너지경제’ 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깨끗하고 안전하며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근혜정부의 주요 국정 화두인 창조경제와 관련, 박 대통령은 “에너지 산업은 창조경제 패러다임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로 에너지 저장장치(ESS), 에너지 관리시스템(EMS)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이렇게 해서 절약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너지총회는 대회 마지막 날인 17일 ‘대구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서는 ▶스마트 그리드 등 에너지 시스템 개선과 안전한 에너지 정책 수립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선·후진국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에너지 형평 달성 ▶국가별 사정에 맞는 지속가능한 성장 추진 등의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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