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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금감원 … 금융사만 살피고 개인투자자 보호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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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334대 62. ‘1334’는 금융감독원이 200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금융사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한도 초과 대출 등의 행위에 문책 이상의 제재를 가한 수치다. ‘62’는 증권사 영업행위와 관련해 문책 이상의 제재를 받은 숫자로, 전체 제재 건수의 4.4%에 불과하다. 이 같은 사실은 금감원이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에게 제출한 ‘연도별·금융기관별 제재현황’에서 드러났다.

 금감원의 양대 업무는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다. 시장 전체를 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증권사 곳간 사정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개미’(개인투자자)는 외면하는 바람에 피해자 5만 명, 피해액 2조원에 이르는 동양그룹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 의원은 “금감원은 개별 금융사의 건전성을 지키는 데만 집중해 왔다”며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예방하는 감독 업무는 뒷전으로 미루는 바람에 최근의 동양그룹 사태를 불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임원도 “동양증권 사태는 1년 전부터 예고된 인재였다”며 “금융 당국이 재벌 건전성을 지켜 주려고 하는 바람에 투자자가 피해를 본 면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연도별·금융기관별 제재현황’에 따르면 금감원은 그동안 동양증권에 수차례 크고 작은 조치를 취했었다. 2011년엔 계열사 기업어음(CP)을 투자자의 서면확인 없이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고, 지난해 9월엔 개인투자자에게 CP를 마치 펀드처럼 팔면서 부실 계열사들의 자금을 조달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했다. 당시 임원 1명과 직원 31명을 문책했다.

 그러나 규제의 초점은 금융사를 살리는 데 맞춰졌다. 동양증권이 개인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을 팔 때 설명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거나 대출모집인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명목 등으로 내려진 제재는 없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언제든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었지만 기업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 그 부분에 대해선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셈이다.

 이런 지적에 금감원 장병용 감독총괄국 부국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건전성 부분이 사회적 이슈였던 만큼 분명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엔 업무 비중이 소비자 보호 쪽으로 많이 맞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금감원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만들어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게 그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처는 검사나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자본시장 연구원 김갑래 박사는 “이번 동양 사태로 소비자 보호를 등한시하면 기업과 시장의 건전성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따로 설립하든지, 금감원의 금융소비자 투자자 보호 기능을 독립시켜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보호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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