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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적 서정 조성에 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양「텔리비젼」에 관계하고 있는「탤런트」와「스탭」을 총망라한 극단「동양」의 창립공연은 기대보다도 많은 기우 속에 막을 열었다고 할 것인데, 정작 첫번 공연인 15일 낮 무대를 보고 연극의 꾸밈새나 연기의 짜임, 그리고 객석으로 잦아드는 풍김에 있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자칫하면 인기「탤런트」의 무대전시회에 그치기 쉽고, 이중삼중의 배역이어서 억지 춘향으로 제멋대로의 장면이 속출되기 일쑤이고, 또 연극의 절박감 속에서 창조의 희열을 맛보려는 자세보다는 생활의 절실함에 좇기다보니 연극을 했다는 자위 감과 자랑도 아쉬워서 무대에서는 것이 요즘의 현상인데도 불구하고, 「동양」의 「멤버」들은 자연주의적 연극을 현실감각으로 재생하여 회고적 서정을 조성하는데 솜씨를 보여주었다.
자연주의 무대를 재현한다고 해서 나무랄 아무런 근거는 없다. 하나 연출·연기·장치 등 훨씬 더 다듬어지고 정리가 되었다면 무대 미는 한층 돋보였을 것이다.
일본 시대의 우리 농촌의 암울상을 그대로 펼치기에는 너무 잔인한 것 같아서 극화적 요소로 수식하였다는 작가의 변도 있으나 연출에 있어서 「테마」의 부각에 좀더 세심하였더라면 연극은 한층 뼈대가 굵어졌을 것이다. 비참 미가 광란에 그친 감이 있다.
김동원 황정순 씨 등 중진 배우를 비롯한 김성원 김순철 씨 등이 너무 표출 적이었으나 여기에는 알맞았고 선우용녀 김희준 양은 좀 가늘어졌고, 여운계 양이 적절한 형성을 위해 노력한 것 같다. 여건이 좋은 「동양」인 만큼 본격적인 기획으로 꾸준히 전진해 주었으면 한다. 무대에서의 자기 훈련은 「탤런트」의 연기 심화와 재질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니 말이다.
김경옥<연극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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