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타덤」에의 발돋움 「스크린」의 유망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60년대의 한국영화는 영화계에서 그들 스스로의 위치를 굳건히 다진 몇몇 남녀 배우들의 독무대였다. 영화 발전을 저해하는 한 요소로도 풀이되는 이러한 현장이 70년대로 접어들면서 다소 뒤바뀔 움직임을 보이더니 별로 만족스러운 진전 없이 1년여가 지났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여배우 가운데서 남정임 양이 은퇴한 후 문희 양의 이민설, 윤정희 양의 도미 유학 설이 파다한데다가 남배우 가운데선 신성일 씨가 감독 「데뷔」를 선언했고 이 밖에 신영균·김진규 씨도 전보다 훨씬 저조한 상태를 보여 「뉴·페이스」의 출현이 다시금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60년대가 이들 몇몇 배우들의 독무대였다고 하지만 신인들의 「데뷔」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저조한 것은 아니었다. 연극계·방송계·가요계에서 수많은 신인들이 「스크린」을 누벼왔고 신인 모집 「스카우트」등의 방법으로 유망한 신인들이 배출되었다. 다만 『영화를 잘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보다 『우선 적자는 면해야겠다』는 제작자들의 안이한 제작 태도 때문에 이들 신인들은 단지 서너 편의 영화에서 제대로의 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한 채 대기 상태에 돌입하고 마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신인들이 영화에 첫 출연할 때 「개런티」를 거의 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 영화계의 장식이지만 제작자들은 『취지에서 똑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면「개런티」 안주고 신인들을 쓰기보다는 차라리 몇 백만 원의 「개런티」가 지불되더라도 「톱·클라스」의 배우를 기용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톱·스타」들에게 걸었던 기대가 흥행 면에서 차차 떨어져가고 30여 편의 겹치기 때문에 「스케줄」에 차질을 초래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다가 그나마 하나 둘씩 「스크린」을 아주 떠나버리는 등 상황이 바뀌어지기 시작하자 제작자들의 생각도 변해 가는 기미를 보이고있다.
특히 최근 개봉된 윤여정의 『화녀』가 대대적으로「히트」하고 대종상·청룡상 등에서 여러 개의 수상 기록을 세우자 신인들에 대한 가치판단이 뒤바뀌어지기 시작했다.
신인이라면 대개 ①영화 이외의 연예계에서 지반을 굳힌 사람 ②「미스·코리아」「스포츠·맨」의 경력을 가진 사람 ③영화「데뷔」를 목표로 학원, 혹은 감독 등 영화인의 연기지도를 받은 사람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 가운데 수적으로 가장 많은 것이 영화 이외의 연예계 출신들이다. 가요계에서의 남진, TV· 연극계에서의 김성옥·이순재씨 등이 영화에서 비교적 큰 성과를 거두자 뒤틀 이어 숱한 신인 (?) 들이 영화에 몰려들었다. 가요계에서도 조영남·최영희를 필두로「패티」김·이영숙·나훈아·정훈희 등이 「데뷔」를 장식했고 TV·연극계에서는 거의 모두가 한 두 편씩 출연 경험을 가진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들이 이미 굳혔던 「네임·밸류」와 영화에 대한 진지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이 계통의 대부분의 신인들은 곧 영화가 그들의 안주할만한 땅이 못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다만 TV·연극에서 착실하게 연기를 닦은 사미자·김창숙·윤여정 양 등이 꽤 평가 받을만한 연기로 다가올 신인 시대에 대비하고 있으며 가요계에서는 아직 첫선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훈아군이 그의 독특한 개성으로, 정훈희 양이 깜찍한 연기로 꽤 주목을 끌고있다.
두 번째 부류도 그들이 연기에 대한 전력이 전혀 없다는 약점 때문에 「스타덤」을 위해서는 꽤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왕년의 세계 「챔피언」 김기수 씨 등 몇몇 「스포츠·맨」들이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런 영화들은 기록영화 이상의 무엇은 없는 것 같고 68년도 「미스·코리아」 김윤정 양이 「미스·코리아」로서는 6번째로 영화에 「데뷔」했는데 앞서의 5명보다는 훨씬 장래성이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가장 부심이 심한 것이 세 번째 「케이스」인데 돌파구를 찾다 지친 김명진·전명지 양 등이 이미 70년 말로써 은퇴했고 김명진 양과 함께 세기 상사를 통해 「데뷔」한 윤연경·오수미 양, 그리고 이제는 중고 신인이 되어 버렸지만 윤양하·김대룡씨 등이 비교적 착실한 연기로 정상을 향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최근 신인들이 무더기로 빠져 나왔는데 아직 첫 작품이 나오지 않아 장래성 여부를 따질 수 없으나 신성일 씨의 첫 감독 작품인 『연애교실』에 주역으로 픽업된 신영일군과 나연미양, 청룡상의 신인상을 획득한 오유경 양, 그리고 박지영·지방은 양 등의 활약이 기대되고있다.
이 세 가지 부류에 속하지 않는 배우로서 고 김승호 씨의 아들 김희라 군도 지난 2년 동안의 꾸준한 활동으로 다가올 신인 시대에는 비교적 좋은 여건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정규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