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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프로야구 준PO 5차전] 곰이 더 질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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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두산 최준석(10번)이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 넥센과의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3회 초 솔로홈런을 때려낸 뒤 환호하며 1루 베이스를 돌고 있다. 이 한 방에 힘입어 최준석은 준PO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임현동 기자]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이라고 불리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2013년 첫 악장(樂章)이 끝났다.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준PO) 5차전은 아름다운 호투와 극적인 홈런이 어우러지다 연장 13회가 돼서야 끝났다.

 준PO 5경기 가운데 세 번째 연장전 끝에 두산이 8-5로 이겼다. 홈런과 홈런을 주고받던 중 두산 최준석(30)과 오재원(28)이 폭죽처럼 홈런을 연달아 터뜨렸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9회부터 12회까지 4이닝이나 던진 탓에 13회 초 왼손 강윤구가 나섰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왼손타자 이종욱을 빼고 거포 최준석을 대타로 내세우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 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 ‘홈런 공장’ 목동구장에서 최준석을 만난 강윤구의 제구는 크게 흔들렸다.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최준석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백스크린 왼쪽을 훌쩍 넘어가는 대형 홈런. 이어 무사 2루에서 민병헌의 적시타가 터져 5-3이 됐고, 2사 1·2루에서 바뀐 투수 이정훈을 상대로 오재원이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포물선을 그렸다.

 역대 준PO에서 2패 후 3연승은 두산이 2010년(롯데 상대)에 이어 두 번째로 기록했다. 두산은 16일부터 PO에 선착해 있는 LG와 5전3선승제의 라이벌전을 치른다. 잠실을 함께 홈구장으로 쓰는 두산과 LG가 포스트시즌에서 맞붙는 건 2000년 PO(두산 4승2패 승리) 이후 13년 만이다.

 최준석의 홈런이 터지기 전까지 두산의 영웅은 왼손 선발투수 유희관이었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해 지난해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유희관은 올 시즌 처음 풀타임으로 뛰었다. 중고 신인으로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한 그는 가을야구를 통해 한층 더 성장했다.

 이날 유희관이 던진 가장 빠른 공은 시속 136㎞였다. 다른 투수들의 슬라이더보다 느린 직구로 박병호·이택근·김민성·강정호 등 넥센의 강타자들을 쉽게 요리했다. 유희관은 넥센 타자들을 전혀 피하지 않았다. 오른쪽 타자 무릎 아래를 파고드는 슬라이더(116~127㎞),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체인지업(120~125㎞)을 섞어 승부의 주도권을 쥐었다.

 그러다 가끔 느린 커브(105~111㎞)를 던졌고, 이어 직구(130~136㎞)를 뿌리면 타자들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넥센 타자들은 유희관의 느리고 정확한 공에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했다. 유희관의 노히트노런 행진은 8회 선두타자 김민성에게 중전안타를 내주며 끝났다. 7이닝 1피안타·1사구·9탈삼진·무실점. 유희관 야구 인생 중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최고의 피칭이 나왔다.

 유희관이 물러난 뒤에야 넥센 타선이 불붙었다. 9회 말 니퍼트가 투아웃을 잡아놓고 넥센 박병호에게 동점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박병호의 한 방으로 유희관은 승리투수로 기록되지 못했지만 그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두산은 결코 이길 수 없었다.

 2008년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은 준PO 승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먼저 2승을 거두며 ‘저력의 두산’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3-8로 승부가 기운 13회 말 투아웃에 이택근이 2점 홈런을 때리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고개 숙인 넥센 선수들을 향해 양팀 응원단은 모두 박수갈채를 보냈다.

글=김식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두산, 넥센 잡고 PO 진출
9회 넥센 박병호 동점 3점 홈런
13회 최준석 솔로포로 맞대응
내일부터 LG와 잠실 라이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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