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결산] 뒷북 정부정책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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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부동산 정책은 어느해보다 많이 쏟아졌다.정부는 분양시장 규제에서 금융·세제대책,신도시 건설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쓴 셈이다.

그러나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붙잡는 데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린 주된 원인인 저금리는 손을 대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울 게 없는 과거 정책을 다시 꺼집어낸 ‘단기처방’‘뒷북’의 연속이었다.

때문에 정부에서 몽둥이를 들 때마다 부동산에 쏠린 시중 부동자금은 이를 피해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아다니며 정부와 숨바꼭질을 계속 했다.

나는 시장,기는 정책=올 한해 정부 대책은 외환위기 이후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부양에서 안정으로 정책기조가 바뀌어 과열을 식히는 데 급급한 수요 억제 위주였다.

지난해 연말 이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자 지난 1월 강남을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3월엔 서울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조치를 취했다.

8월엔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이 상승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고 재건축 규제 강화책을 발표했다.9월 4일 투기과열지구를 수도권으로 확대하고 양도세를 강화하며 부동산 담보대출을 줄이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들고 나왔다.신도시 건설 계획도 밝혔다.

10월엔 내년부터 집값 등이 급등한 지역을 소득세법상 ‘투기지역’으로 지정,세금 부담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서울과 수도권 일대 19억평(6천6백5.92㎢)을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난달 추가 지정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뒤에 나오기 일쑤였다.
서울 강남구 A부동산 김모 사장은 “이미 올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재건축 투자수요가 거론됐는데도 정작 대책은 반년 넘어서 나와 실효성이 적었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바람에 시중 부동자금은 한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풍선처럼 규제가 없는 곳으로 옮겨다니며 과열을 낳았다.

서울이 과열지구로 묶여 돈이 수도권으로 몰려가자 과열지구 확대조치가 나왔고,3분기 들어 땅투기 조짐이 보이자 서울 등 수도권 일대 대부분의 땅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또 9·4대책 이후 주상복합아파트 시장이 한껏 달아오른 뒤에야 정부는 주상복합아파트를 아파트 범위에 포함시켜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텐커뮤니티 정요한 사장은 “강남을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하면서 건교부장관이 분양권 전매 제한 조치는 시장 논리에 역행한다며 부인하다가 두달 뒤 전매를 제한하는 등 정책 일관성 없는 땜질식 처방이 많았고 부동산 시장 전반을 보지 못하고 뚫린 곳만 막기 급급하다보니 돈이 튀는 곳으로 쫓아다니기 바빴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박사는 “정부에서 하반기에 경기 동향을 보고 금리를 잡으려다 미국경제 부진 등으로 내수경기가 꺾이는 바람에 금리를 올릴 기회를 놓쳐 결국 부동산 투자 돈줄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 상승세가 꺾이면서 부동산 담보대출 억제 등 무리한 정책도 나왔다.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대출금리를 인상하고 대출시 근저당권 설정 등에 쓰이는 담보설정비를 다시 고객에게 부담시켜 가계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수요 억제책과 함께 정작 중요한 공급대책은 어물쩡 해를 넘기고 있다.서울 수요을 분산시키기 위해 강남 수준의 신도시를 2∼3개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대상지를 결정하지 못해 후보로 거론되는 지역들의 땅값만 들썩이게 하고 있다.

시장 논리에 따라야=정부의 잇단 강도높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과열 소지를 안고 있다.

강남구 씨티공인중개사무소 정철 실장은 “저금리와 주식 시장 침체 등으로 뭉칫돈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맴돌고 있어 주택경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시 폭발할 잠재력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수요를 억지로 누르려고만 하는 정책은 이상과열에 따른 과도기적이고 한시적인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내집마련정보사 강현구 팀장은 “정부 정책의 영향도 있지만 공급이 늘면서 단기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경기 위축 등으로 인해 임대수익률도 하향세인 시장 흐름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은 뒤에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계속될 경우 정상적인 거래마저 위축시키고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오용헌 부동산금융팀장은 “내년 경기가 해외경기 등의 영향으로 침체될 경우에는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다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각종 규제책을 풀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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