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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의 어머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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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들 한다. 그러나 발명은 「필요」와 무관하지만 발명의 실용화는 필요에서 나온다는게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고대희랍 때에도 이미 증기기관이 발명돼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도 그게 실용화하지 않았던 것은 값싼 인력이 남아 돌아가고, 별로 스피드가 필요치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에텔은 그것이 마취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파라셀서스가 발견한지 수세기 후에야 실용화되었다. 타이프라이터의 특허가 최초로 영국에서 주어진 것은 1714년이었다. 그러나 그게 실용화된 것은 그로부터 1세기 반 후의 일이었다.
통조림도 니컬러스·아퍼트가 발견한지 1세기 후에야 실용화 됐다. 전기 모터의 실용화에도 65년이 걸렸다. 진공관은 또 37년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원자로가 실용화하기 까진 10년 밖에 안 걸렸다. 그리고 트랜지스터는 3년이 걸렸을 뿐이다.
이처럼 현대에 이르면서부터 발명과 그 실용화사이의 간격은 급속도로 단축되어 가고 있다. 그만큼 오늘의 과학문명의 발전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그만큼 과학문명이 식욕스러워졌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때에는 발명이라는 사실 자체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발명과 실용화 사이를 어떻게 직결시킬 수 있고, 이를 위해 나라의 인적·물적 자원을 얼마나 동원시킬 수 있느냐가 문제되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발전의 갈림길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난 월말에 성가에서 조촐한 형미공장이 가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하루 1백 석씩의 형미, 즉 고구마 쌀이 생산돼 나온다.
쌀이 남아 돌아간다면 굳이 고구마 쌀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3, 4백 만석씩의 외미를 도입해야만 하는 우리의 필요성이 고구마 쌀 발명을 낳게 하였다. 한 개인의 10년에 걷친 숨은 노고의 결품이다.
그 동안에 농림 당국으로부터는 적극 후원하겠다는 약속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각 연구소에서의 분석과 각계 인사들의 시식도 끝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주식화의 가능성이 뚜렷해진 지금에 와서 그 관계당국은 고의로 이를 외면하려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양조를 위해 소비되는 쌀만해도 한해에 4백 만석. 이것만이라도 고구마 쌀로 대용해도 우리에게는 크게 도움이 된다. 당국이 이걸 모를리는 물론 없다. 그렇다면 왜 당국은 이를 외면하려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선 역시 필요만으로는 발명이 실용화하지 못한다는 얘기인 것 같다.
어제는 또 글루타민 산제조법의 특허 취소가 위법이라 하여 국가가 한 개인에게 2억6천 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렸다 한다.
이래저래 우리 나라에서의 발명이란 도시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인지 분명치 않은 것으로 끝나는게 고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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