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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조석래 회장 4부자 외화 거래내역 전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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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효성그룹의 국내외 비자금 조성·운용 과정이 샅샅이 파헤쳐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가 지난 11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효성그룹의 비자금 관련 최신 자료 전체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11일은 조석래(78) 회장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 당일이다. 수사팀은 조 회장과 장남 조현준(45) 사장, 차남 조현문(44) 전 부사장, 삼남 조현상(42) 부사장 명의로 이뤄진 각종 금융거래 내역 분석 자료를 넘겨 달라는 요청서를 발송했다. 요청서에 적시된 거래 명의자는 조씨 일가 4부자를 포함해 자금관리인 고모(54) 상무 등 6~7명에 이른다.

 검찰은 특히 조 회장 등이 해외에서 운용한 자산의 이동 경로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조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일본·미국·홍콩 등 해외 현지법인 명의로 국내 시중은행에서 수천만 달러씩 빌린 돈을 페이퍼컴퍼니에 빼돌려 몰래 주식을 사고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런 역외탈세 과정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의 해외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FIU가 검찰에 넘기는 자료는 크게 네 가지다. 의심거래보고(STR)는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관적으로 포착한 자금세탁 거래 정보다. 고액현금거래보고(CTR)는 하루에 우리 돈 2000만원 이상을 입출금한 내역이다. 외화 입출금 정보는 1만 달러 이상을 기준으로 따로 수집한다. 이와 별도로 FIU는 미국·중국·영국·일본 등 해외 54개국 FIU가 현지에서 수집한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 통상 자료가 넘어오기까지 1~2개월이 걸린다. 해외에 검찰이 직접 사법공조를 요청하는 것보다 빠르다.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들이 교묘한 방식으로 돈을 운용한다”며 “그래서 STR이나 CTR에 걸리는 경우는 거의 드물지만 외국 FIU 자료는 수사 초기에 확보하면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 혐의를 밝히는 데 집중할 것”이라던 검찰 수사의 중심은 사실상 그룹 오너의 횡령·배임 등 비자금 전반을 파헤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옛 대검 중수부는 이미 2006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수차례에 걸쳐 FIU에서 효성 관련 자료를 확보해 내사를 벌여 왔다.

 수사팀은 1997년 외환위기로 발생한 해외사업 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숨긴 뒤 10년에 걸쳐 1조원대 분식회계로 법인세를 내지 않은 혐의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분식회계에 대해 조세포탈뿐 아니라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한편 검찰은 효성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최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이 새것으로 교체되거나 전문 장비로 파괴된 흔적을 발견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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