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뛸 수 있겠습니까" 초대 받고 일낸 강성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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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강성훈이 최경주의 도움으로 출전한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로 우승했다. 강성훈(왼쪽)이 13일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최경주와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강성훈(26·신한금융그룹)은 2년째 풀이 죽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세계 최고를 목표로 행크 헤이니, 부치 하먼 등 가장 비싸고 실력 있는 레슨 프로에게 골프를 배웠던 그다. 또래 선수 중 가장 먼저 미국 PGA 투어에 갔다. PGA 투어에 진출한 첫해인 2011년 투어 카드를 지켜냈는데 최경주(43·SK텔레콤), 양용은(41·KB국민은행)도 못해 본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스윙이 망가졌다. PGA 투어에서 부진해 2부 투어로 밀렸고, 올해는 2부 투어에서도 밀려났다. 강성훈은 막다른 곳까지 왔다.

 강성훈이 최경주에게 도움을 청했다. 최경주에게 전화를 걸어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에 나가고 싶습니다”고 했다. 최경주는 두말없이 해 주겠다고 했다. 사흘 후 강성훈이 다시 전화를 해 “혹시 된 게 맞습니까”라고 물었다. 요즘 성적으로 보면 강성훈이 이 대회에 나올 자격이 안 됐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됐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웃었다. 최경주는 “너무 어깨가 처져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성훈이 13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끝난 코리안투어 겸 아시안투어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로 우승했다. 그가 올해 내내 미국에서 번 상금은 약 6000만원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1억4400만원을 벌어들였다.

 미국 2부 투어에서도 고생하던 그가 한국에서 우승한 건 국내 투어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강성훈은 “올해 미국 시즌 마치고 나서 한 달 정도 연습하면서 스윙 문제를 풀 열쇠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스윙 시 골반이 회전할 때 앞뒤로 움직이는 문제였다고 한다. 강성훈은 “열쇠를 찾고 우승도 해서 이제 다시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최경주는 타수 차이가 커서 모험을 했다. 핀을 직접 보고 쐈고 돌아가야 할 길도 질러 갔다. 최경주는 첫 두 홀을 포함, 6번 홀까지 버디 4개를 잡아냈다. 그러나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하다 보니 도, 즉 보기도 여러 개 나왔다. 그는 7번 홀 깊은 페어웨이 벙커에 빠지면서 타수와 리듬을 함께 잃었다. 이븐파 공동 21위로 경기를 마친 최경주는 “모험을 하다가 망했다”며 입맛을 다셨다.

 대회 우승자는 최경주-최경주, 그리고 최경주가 추천한 강성훈이 됐다. 최경주는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에서 세 번 모두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넣었다.

여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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