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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화 하는 대학 출판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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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 출판부가 그 본래의 사명에서 어긋나고 있다. 대학사회의 연구 의욕을 일깨우고 국가 사회의 학술·문화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고유목적이 재정적인 문제로 변질, 심각한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서울에 만도 10여 개 대학에 출판부를 두고 있지만 대부분이 영리적인 출판계획과 확보된 구매자를 상대로 한 교과서 중심의 출판으로 일반 시중출판사와 구별할 수 없는 실정이다. 양서, 그것도 학문의 새로운 이론을 소개하는 저서를 출간해야 한다는 것과 금전적 채산을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은 모든 대학 출판부가 당면한 「딜레머」로 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대학당국이 대학 출판부에 대해 전혀 경제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독립 채산제에 의한 수지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대학출판 관계자들은 일부대학에서 교양 교과서만 발간하고 등록 시에 강제적으로 대금을 징수하는 사실에 대해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인들이 경영하는 출판사와 교수가 결탁하여 학생들의 돈이 다른 데로 가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발전적 과정이라면 납득될 수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영리적으로 수지를 맞출 수 있는 교과서 발행을 하면서 그런 대로 그 이익금을 학술서적출판에 돌려 본래의 대학 출판부 목적에 투자하고 있는 곳으로는 서울대·연대·고대·이대 정도가 있다.
61년 8월에 사단법인(이사장은 총장)으로 발족한 서울대 출판부는 자가 인쇄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지금까지 교수학술논문 30종(36책), 고서영인본 6종(28책)을 발간하면서 교양학부 학생들의 교과서를 공급해 왔다. 서울대 출판부의 경우는 연구소의 논문집·학회지 등을 인쇄시설을 이용하여 인쇄해 주면서 수지를 맞추고 교과서 출판 이익을 서울대 학술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는 결국 인쇄시설과 교과서 출판이란 2개의 재원을 가진 셈이다.
55년 10월 발족한 연세대 출판부(부장 전형국)는 인문과학·사회과학·자연과학 이외에「국고 총간」 「교양총서」·「인문과학자료총서」 「경인단행본」 「한국관계 구미총간」 영문판「한국문화총서」 「사서·색인·목록」 「학술지」 「연세대소개서」 등 총1백20여 책을 발행했다. 출판 관리위원회(인문·사회·자연교수 각 6명, 위원장 김규삼)를 두고 교수들의 새로운 연구업적이 나올 때 우선적으로 출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년에는 대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방법으로 교수들의 새로운 학설을 소개하는 강의「노트」를 문고판으로 낸다. 각 분야별로 계속 수정하면서 내게 될 이 문고판은 9월에 첫 선을 보이리라 한다. 대학 출판부의 재정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연세대 출판부 관계자도 『영문판 「한국문화총서」 11권은 정부의 어떤 PR사업보다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면서 『한국문화의 소개를 위해서는 대학 출판부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문교부에서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교수연구비로 지급하고 있지만 보고서 하나로 그쳐 일반에 제대로 공개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학문적 업적의 출판을 위해 대학출판부를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고대출판부장 송민호 교수도 대학 출판부의 문제점을 「이율배반」이라고 표현하면서 대학에서 보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학술서를 내면 수지는 맞지 않고 전공분야의 독자가 국한돼 있는 경우는 좋은 원고가 그대로 사장되는 예가 많다고 토로한다.
교과서와 학술서가 각 30여 종으로 평형을 유지해 온 고대 출판부는 지난주까지 교과서의 배본을 거의 끝내고 4종의 「시리즈」를 곧 착수한다. 5권으로 엮어질 「문학논총서」는 시론·소설론·희곡론·비평론·문예사조론 등을 포함한다. 영인본으로 나올 「한국어문학대계」는 연간 5∼6종을 계획하고 한국어문관계 자료를 정리한다. 나날이 새로운 이론들이 나오고 있는 경제학관계의 학설들을 소개할 「현대경제학총서」는 10권으로 72년까지 완간 계획. 그리고 김상협 총장의 제안으로 금년 안에 영문판 「국학관계서」를 출판한다.
이대출판부(부장 정충량)는 발족 후 금년으로 17년이 되지만 교과서 중심의 출판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1백 3 종의 출판서적 중 70%가 교과서다.
교과서 위주의 출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에 대해 이대 출판부 관계자는 『지난 65년 「개발과정의 농촌사회 연구」나 이영노 교수의 영문판 「한국식물대계」 등이 다같이 출판·학술관계로 상도 받고 인정받는 저작이었지만 각각 1천부·5백부 한정판이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실정을 말한다.
이익은 고사하고 원금이라도 회전이 되어야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금년에는 「한국여성사」, 영인본 「낙천등운」 등을 출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학술서적의 독자가 적은 한국의 실정에서 몇몇 학생 수가 많은 종합대학이 교과서 발간으로 그 경비를 보충하고 있으나 학술서 발간을 위한 대학 출판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대학당국과 정부의 연구보조비는 그 결과의 일반화를 위해 출판보조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공동된 의견이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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