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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효성그룹 9시간 넘게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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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1일 효성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국세청 고발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에 배당한 지 열흘 만이다.

 검사와 수사관 6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서울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와 서초동 효성캐피탈 본사, 성북동 조석래 회장 자택과 관련 임원들의 주거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 등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앞서 지난 1일 효성그룹 조석래(78) 회장과 이상운(61) 부회장, 조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했다는 비서실 고모(54) 상무 등 경영진을 ㈜효성 법인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오후 5시까지 9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수사는 탈세와 오너일가의 개인비리 등 두 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탈세 혐의의 경우 이미 국세청 조사로 거의 다 드러난 만큼 남은 수사력은 오너 일가의 배임·횡령 혐의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사 대상은 국세청이 적발해 넘긴 법인세 및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다. 조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로 발생한 해외사업 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숨긴 뒤 10년에 걸쳐 조금씩 메꾸는 방식으로 1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대의 법인세를 탈루했다는 게 주요 혐의다. 해외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국내 주식을 거래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역외탈세 혐의도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일본·미국·홍콩 등 해외 현지법인 명의로 국내 시중은행에서 수천만 달러씩 빌린 돈을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려 세무 당국의 감시를 피해 주식을 사고팔았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차명 주식거래 자금에 조 회장 일가의 개인 은닉 재산이 상당액 섞여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찰청 회계분석팀은 이미 지난 열흘간 각종 자금 이동 내역에 대한 세부 분석을 마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 돈에 개인 비자금을 섞어 주식 등을 차명 거래하는 방식은 앞서 CJ그룹 이재현 회장 수사 때도 적발된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은 장남 조현준 사장 등 오너 일가와 임원 명의로 200억~300억원을 불법 대출해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효성그룹은 자산 규모가 11조원이 넘는 재계 26위 기업이다. 조석래 회장의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다.

 효성그룹은 “부실 회계 처리 의혹은 외환위기 당시 생긴 부실을 공적 자금을 받지 않고 10년간 이익을 내서 갚아온 것으로 비자금, 횡령 등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조석래 회장의 차명 주식은 70년대부터 경영권 보호를 위한 우호 지분 확보 차원에서 친인척 등 지인들에게 명의 신탁해놓은 것”이라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모든 의혹이 풀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심새롬 기자

분식회계로 세금 수천억 탈루 혐의
조세피난처 이용 역외탈세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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