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前행정관 이범재씨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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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반국가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혐의로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관 이범재(41.사진 오마이뉴스 제공)씨가 28일 오후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 수감됐다.

이날 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지법 강형주(姜炯周)영장전담판사는 "李씨가 달아날 우려가 있고 높은 형량이 예상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李씨는 1993년 국내에 침투한 조총련 공작원의 지령에 따라 결성된 반국가단체인 '구국전위'에 가입, 선전이론책으로 활동한 혐의다.

李씨는 '구국전위'에서 활동하면서 남한 정세 동향 등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 구국전위 총책에게 전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편 李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에서 자유롭게 외국을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李씨는 이날 실질심사에서 "96년부터 지금까지 실명으로 생활하며 건강보험 납부.여권 발급 등을 정상적으로 해왔다"면서 "해외 여행도 세 차례나 다녀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李씨는 "구국전위 활동을 4개월 정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94년 구국전위 사건으로 다른 관련자들이 구속된 뒤 1년 가량 도피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자신이 기소중지 상태였다는 것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李씨는 "특히 9.11 테러 이후 미국 비자를 받아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기소중지 상태라는 사실을 지난 12일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 내정자로부터 처음 들어 다음날 인수위에 사표를 내고 국정원에 자진 출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임채정(林采正) 전 인수위원장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13일이나 14일께 文수석으로부터 전화로 이 같은 얘기를 들었다"면서 "文수석은 국정원으로부터 李씨가 기소중지자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더라"고 밝혔다.

林전위원장은 "文수석으로부터 통보를 받고 즉시 (李씨에게서)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고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고 덧붙였다.

기소중지 사실을 알게 된 배경에 대해 林전위원장은 "인수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인수위 근무자가 공무원 신분('공무원에 준한다'는 규정에 따라)이 됐기 때문에 전원에 대해 신원조회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李씨의 변호인인 윤기원 변호사는 "李씨는 96년께부터 정보기관 직원들이 감시를 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만약 기소중지돼 있었다면 그때 구속되거나 처벌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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