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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공유제로 사랑받는 기업 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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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

덴마크는 대표적인 선진 농업국이다. 그중에서도 육류 가공품은 오랜 역사와 최고의 품질로 덴마크 농업의 명성을 높이고 있다. 덴마크에서 축산업이 발달한 것은 협동정신과 성과공유의 역사적 결과물이다. 1887년 돼지도축협회인 대니시 크라운(Danish Crown)이 시작되면서 개인보다 협동조합 형태로 목초지를 만들고 생산성을 높여갔다. 1895년 덴마크 계란판매조합은 계란 표면에 생산자와 번호를 매겨 품질관리 방식을 도입해 단번에 유럽시장에서 명성을 얻게 됐다. 한편 돼지의 췌장을 세척하는 과정의 지식을 공유하며 뜻밖에 세계 최초로 인슐린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대니시 크라운이 요즘 주목받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라는 가치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충실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 폐기물·물 관리 등 식품제조회사로서의 기본적인 사항뿐 아니라 동물복지 향상, 환경개선 등 기술 개발에도 충실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니시 크라운은 단순한 도축조합에 그치지 않고 튤립식품 등 7개 자회사 등이 함께 새로운 공유가치창출(CSV)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기업환경은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넘어 공유가치 창출을 요구받고 있다. 납품가격 인하, 하도급 관행에 따른 불공정 거래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또한 기업들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 변화로 기업들은 생산 과정을 친환경으로 바꿀 것을 요구받고 있다. 소득 양극화 등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나눔과 배려, 소통과 공감, 공유와 상생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자원과 전문지식을 이용해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가치 창출을 통해 ‘사랑받는 기업’이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요청에 맞춰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CSV 개념의 일환으로 성과공유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성과공유제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공동의 협력활동을 통해 원가절감, 품질개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로 나타난 협력활동의 성과를 현금 보상, 장기 계약 등 사전에 합의한 계약으로 상호 공유하는 제도다. 성과공유제 도입 기업은 지난해 77개에서 올해 말까지 100개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니시 크라운은 사회가 원하는 제품을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경제적 측면의 사회적책임뿐 아니라 종합식품·제약·환경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사회발전을 위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다. 그 내면에는 참여 기업인들의 ‘배려하는 마음’에 더해 협동조합과 조합원들 사이에 이루어진 철저한 성과의 공유정신이 필수적인 것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경제도 성과공유제의 확산을 통해 새로운 공유가치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