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전한 노조에 건강한 기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초기에 정부나 고용주가 노조운동을 경원하는 건 일반적 현상이지만 결국 이들도 노조운동의 민주적 성장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자유스러운 노조활동이 억제될 때 노동운동은 과격화하기 마련이며 그렇게되면 공산주의자들이 그걸 이용하려드는 것입니다.』
고대·서강대·서울대·연세대 4개 대학에서의 강연을 위해 방한중인 서독인 「볼프강·히르쉬베버」박사의 노조육성론 골자는 이런 것이었다.
대학강연에 앞서 조선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히르쉬베버」박사는 최근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노조활동을 시찰할 기회를 가졌었다.
『노조운동의 초기단계에서 폭력행위는 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노동법규와 쟁의규정을 정부가 엄격히 준수할 경우 폭력 없이 노동운동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만약 정부나 고용주가 이 법을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만 부과할 때 폭력행위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짙은 회색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쉴 사이 없이 「파이프」를 문 그는 「게르만·액선트」가 강하나 유창한 영어로, 노조의 정치참여가 노조운동에 유리하냐 유해하냐는 질문에 대해 『예스·앤드·노』라고 대답했다. 「예스」쪽은 첫째 『근본적 정치철학을 갖고 있고』 둘째 『그러한 정치철학을 사회정의의 측면에서 고수할 능력과 의지가 있을 때』 정치참여가 유리하다는 것이고 「노」쪽 그런 정치참여활동이 『정당정치로 타락하거나 어느 특정정당의 앞잡이 노릇에 그친다면』유해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사민당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하는 서독의 경우가 이상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통독문제에 언급, 가까운 장래에 그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양독 화해의 장애물이 되고있는 「베를린」문제에 대해서는 『서울이 북한 땅에 있을 경우를 가상하면 한국인도 우리 입장을 이해할 것』이라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장두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