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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의 길잡이…교훈|각급교서 지향하는 학생상|강릉 교대 서정국 교수 연구 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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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학교마다 교풍이 있고 교훈이 있다. 그것은 한창 감수성이 강한 성장기의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교육 환경의 분위기요, 또 거기서 베푸는 교육의 지표이다. 그중 교풍은 자연적으로 조성된 분위기이지만 교훈은 인위적으로 깨우치기 위한 이념의 표어이며 간명한 말로 지적한 학생 상이다. 강릉 교육대의 서정국 교수는 최근 전국 각급 학교 7백92개교의 교훈을 모아 분석, 『한국 학교 교훈의 연구』라는 특이한 논문을 발표했다. 곧 전국의 국민학교·중 고등학교 및 대학에서 학생들을 이끌려하는「이상적인 모습」이 무엇인가를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강릉 교육대 논문집 제2집에 실린 통계 자료의 결론에서 우리 나라의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을 특히 강조하고 남성에게는 성실을 요구하며 어린이들에게는 일반적으로 튼튼하기를 타이르고 있음이 두드러 진다고 밝혔다.
그는 각급 학교의 교훈을 ①형식상의 구조 ②의미 내용 ②어휘의 짜임새 ④학생의 관심도 등을 두루 살핀 결과를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교훈이 뜻하는 바를 보면 국민학교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부지런하고 튼튼하며 서로 돕고 스스로 행하는 인간』을 만들고자 한다.
여자 중·고교에서는『부지런하고 아름답고 참되며 서로 돕는 인간』을, 남학교는『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참되며 서로 돕고 스스로 사는 인간』을 요구한다. 그리고 대학은『진리와 더불어 정의·자유를 이념으로 하여 개인적으로는 인격과 지식을 갖추고 사회적으로는 봉사·창조하는 인간』을 이상으로 삼고 있다는 결론을 얻고 있다.
더 간추려 요약하면 대표적 교훈 어휘 가운데도 여학교는 아름다움을 강조한 반면 학교는 성실을 내세웠고 국민학교는 튼튼을 두드러지게 앞세운다.
또 교육의 3대 요소인 지육·덕육·체육의 어느 면을 강조했는가를 살피면 전체적으로 덕육을 내세우지만 국민학교는 덕·체·지, 중학교는 덕·지·체로 된데 비해 대학에선 지육과 덕육을 강조하면서 체육은 도외시하고 있다. 교훈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현실의 학교 교육이 이룩되는 감이 있다.
교훈의 어휘는 제법 다양하지만 같은 단어가 50번 이상 거듭 사용된 것이 25 어, 이 가운데「어린이」「부지런하다」「서로 돕다」「튼튼하다」「스스로」「배우다」「일하다」등은 1백번 이상 쓰인 낱말이다.
계통별로 보면 고유어가 34.68%, 한자어가 45.64%, 혼합 어가 19.55%, 외래어가 0.13%로 나타났다. 고유어 보다 한자어가 많이 사용된 것은 이상적인 것이 못 된다.
「국민 교육 헌장」의 계통어별 사용 비율도 고유어가 50%, 한자어가 57%, 혼합 어가 13%로 나타난 것도「순수한 우리말을 써야겠다」는 정신에는 잘 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학교 교훈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배재 중학의 교훈도 68년까지 욕위대자 당위인역」이란 한문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하는 순수한 고유어로 표현을 바꾼 것은 좋은 모범이 된다는 것이다.
형식 구조로는「명사 단어형」「명사 어귀형」「부사 나열형」「부사 연결형」「서술 나열형」「서술 연결형」등 6가지로 설명된다. 가장 많고 또 정통적 유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명사 단어형과 서술 연결형으로「협동」「근면」이라든가「진실하고 부지런하자」와 같은 예다. 국민학교에서는「명사 어귀형」가운데도「부지런한 어린이」와 같은 형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
서술형 중에도「…하자」라는 권유형이 80%로 가장 비율이 높으나 여학교에서는 남학교보다 명령형을 더 많이 채택한 점이 주목된다.
교훈을 항목수로 보면 3항목 교훈이 49.74%, 1항목 교훈이 26.14%로 가장 많고 여학교에서는 3항목 교훈이 79.13%에 달한다.
단어 수로 보면 3단어 교훈이 24%로 가장 많고 6단어 교훈과 합치면 40∼53%에 이른다. 서 교수는 이 현상을 한국에서「3」의 의미가 좋게 표현된 실례라고 해석했다.
한국의 교훈은 항목에서나 어휘에서나 간명하게 기억하기 좋게 표현하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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