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남 도우려 해야 위대한 선수 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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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경주

한국 남자 프로골퍼들은 상금, 인기가 줄어 의기소침하다. 코리안투어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을 이틀 앞둔 8일 최경주(42·SK텔레콤)가 후배 선수들을 모아 놓고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그는 “더 버리라”고 했다. “사과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까워서 먹지도, 주지도 못한다. 일부를 주고, 일부를 먹으면 모자란 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자신을 깎아 버려야 새로운 의지, 인내와 정신력이 생긴다.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을 준다고 해도 받을 수 없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일화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기도 했는데 매번 ‘한국에서 온 최경주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대부분 들은 체도 안 했다. 2년 반 동안 그렇게 하니 결국 그들이 나에게 다가와 ‘나도 한국을 안다’고 하고 구글로 내 고향 완도가 어딘지 찾아서도 오더라”고 했다.

 선수들은 ‘대회가 적다’ ‘왜 기업이 남자 선수보다 못한 여자 선수들만 후원하느냐’고 불만이다. 최경주는 “내가 누군가를 손가락질할 때 손가락 세 개는 나를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욕심을 버려야 우승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최경주의 생각이다. 우승권 선수가 최종라운드 16번홀 정도 가면 우승컵과 상금 욕심에 그립을 꽉 잡게 되고 훅을 내곤 한다.

 그는 또 “돈을 보고 골프를 하는 선수는 짐을 싸서 집에 가는 게 낫다”고 했다. “골프를 통해서 남을 도우려는 마음, 팬들에게 멋진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마음 같은 커다란 동기가 있어야만 진정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다.” 선수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여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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